매거진 극N의 육아

사진찍는 것 하나도 다르네 달라.

by 유가

혀기는 사진을 잘 찍는다. 포즈도 잘 취하지만 찍어주는 것도 굉장하다. 5살 때부터 폰으로 찍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일단 한 손으로 폰을 안정적으로 감싸 쥐고 집중하는 모습이 전문가다.

거울셀카가 예사롭지 않다. 폰을 정확히 들어 얼굴을 가리고 정확히 중앙을 맞춘다. 기울어짐도 없다. 딱 인스타감성의 데일리룩샷 느낌이 난다.

다른 사람을 찍어줄 땐 인물을 구도 좋게 중앙정렬해서 찍는다. 너무 못나게 가운데에 맞추는 것도 아니다. 발아래엔 약간의 여백, 머리 위로는 공간을 많이 줘서 잘 나오는 구도로 찍는다. 알려준 적도 없는데 처음부터 그랬다. 그만하라는 말이 없으면 촬영버튼을 연타한다. 사람들은 하나만 걸려라 싶은 마음으로 연사를 찍는데 혀기 사진을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완벽한 사진만 몇 장 중복될 뿐이다.

포토그래머로의 자질이 가득하다.


효니는... 미안하지만 최악이다. 도대체 뭘 보고 찍는 건가 싶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람이 화면 안에 들어와 있는 정도? 지진이라도 난 듯 기울어진 사진에 인물은 한쪽 끝에 몰려있다. 예술적인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마치 피카소처럼.

그러면서 사진은 엄청 신중하게 찍는다. 그래서 더 미스터리다. 포즈를 취하는 사람이 지쳐서 닦달할 때쯤 셔터를 누른다. 최고의 한 컷을 위해 신중하게 찍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다. 당사자는 별생각 없어 보이는데, 사진을 요청한 나는 머리가 지끈한다.


결국 혀기한테 다시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대체 무슨 차이일까? 한 명은 안 알려줘도 혼란스러울 정도로 완벽하고, 한 명은 아무리 알려줘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진을 찍어대고 말이야.

아무리 한 배로 낳아도 애들마다 다 다르다고 하지만 이런 것까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게 신기하다.


조금 생각해 보면 효니와 혀기는 사물을 보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있다.


효니는 기억력이 아주 좋다. 문자나 그림 같은 걸 보면 금방 외운다. 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머리에 저장해 놓듯 별 걸 다 기억한다. 딱 평면적인 사진으로 이해한다.


혀기는 정말 못 외운다. 숫자도 1~10까지 외우는데 1년이 걸렸다. 그마저도 완벽하지 않다. 말할 때마다 회로가 꼬이면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빼먹기도 하고. 외웠다기보다는 '알고 있다'는 수준이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배워온 책이나 노래 같은 건 구신처럼 기억한다. 아직 글자도 모르면서 책 제목을 다 맞춘다.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책표지를 보고 내용과 제목을 기억한다.

이미지적인 암기보다 영상적인 느낌을 잘 외운다. 놀이나 이해를 할 때도 공간감이 뛰어나다. 단순 인지와 반응을 넘어 암기하는 성향도 효니와 다른 게 보인다.


신기하다 신기해. 생긴 건 똑같이 생겨놓고 어쩜 저리도 다른지.

그래서 애들을 대할 때도 좀 더 각자의 반응에 집중하고 공부해야 한다. 내 감정에 맞춰 화낼 게 아니라, 효니는 이래서 이렇고, 혀기는 이래서 이렇구나를 생각한다. 물론 그래도 화나는 건 화난다. 하지만 이해를 할수록 단순히 감정을 퍼붓는 폭력이 아닌, 잘못을 찾아내는 훈육을 할 수 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도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지, 막상 앞에서 사고 치는 모습을 보면 감정부터 터져나오는 게 사람이다.

아이들에 대해 이해하는 만큼 나 자신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할 필요를 느낀다. 그게 육아인 것 같다. 나와 내 아이가 함께 올바를 수 있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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