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거기도 찾아봤는데, 왜 거기서 나오지?
가끔 아내분께서 외출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집엔 나와 효니와 혀기가 남는다. 자유시간이다!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 집에 사람이 하나 줄었을 뿐, 녀석들은 둘이서 놀고 나는 평소처럼 게으른 상태다. 밥때가 되면 간단하게 먹는다. 햄을 구워 먹던가,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다. 그러고 또 논다. 아내분이 안 계신다고 해서 어려울 게 없다. 없어도 잘... 아니, 없으면 못살지. 맞아.
저녁쯤 나간다면 모르는데 오전부터 나간 경우는 조금 다르다. 무기력하게 늘어져있기엔 하루가 너무 길다. 혼자라면 모를까, 아이들이 종일 집에 있는 게 보기 싫다. 심술보에 꼴 보기 싫다는 느낌이 아니다. '이렇게 집에서만 있게 해도 될까?' 하는 걱정 같은 거다.
대단한 장소에 놀러 가진 않더라도 산책정도는 해야겠다. 녀석들에게 산책이 어떨지 물으면 혀기는 두 눈을 반작이며 긍정한다. 어릴 때부터 산책하길 좋아했다. 귀찮을 법도 한데 콧바람 쐬길 좋아하신다.
반대로 효니는 집순이다. 막상 나가면 좋아할 거면서 괜히 귀찮음을 어필한다. 혼자 있을 거냐고 겁을 주면 그런다고 한다. 보통 애들은 혼자 있기 싫어하지 않나? 아무리 애들마다 다르다고 하지만, 이럴 땐 좀 애늙은이 같다고 생각한다.
어쨌건 꼬신다. 막무가내로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하면 결국엔 따라 나온다. 마음 없는 멤버를 포섭했으니 입고 나갈 옷과 준비물은 내가 대령해야 한다.
옷장 서랍을 연다. 이게 아니네? 아래 서랍을 연다. 이것도 아닌가? 아래 서랍을 연다. 아니, 위에 거가 맞는 건가?
옷장서랍을 하나씩 확인하고 내용물을 비교해 본다. 뭘 입혀야 할지 모르겠다. 좀 간편한 활동복을 입히고 싶은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없는 걸 찾는 것도 아니다. 분명 본 적이 있는 옷. 내 지갑으로 사준 옷이다. 그걸 찾고 싶은데 하나씩 확인해도 못 찾겠다. 옷장을 죄다 뒤져보느라 뒤질 것 같다.
결국 아내분께 연락한다.
"애들 옷 어디 있어?"
"옷장에 있지."
"그거, 물개 있는 거 츄리닝 없는데?"
"효니거는 안방서랍에 있고, 혀기거는 침대 밑에 서랍 봐봐."
"혀기거는 찾았어. 근데 효니거는 안 보여."
"오른쪽 서랍 두 번째랑 세 번째 찾아봐."
"아! 여기 속에 있네."
미스터리하다. 없던 게 생겼다. 분명 하나씩 제쳐가며 확인했었는데, 왜 이 속에 있지? 몰카인가?
이럴 때면 약간의 자괴감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
나름대로 아이들과 집안에 많이 신경 쓴다고 생각하는데 아는 게 없다. 겨우 집안일 한두 번으로 생색낸 건 아닌지 자아성찰을 하게 된다. 깊은 생각 끝에 아내분이 날 괴롭히기 위해 꽁꽁 숨겨둔 거라고 결론을 내린다. 내가 잘못일리 없지! 내가 정의다!
아이들 손을 잡고 가볍게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아직은 찬 공기에 개운하면서도 괜히 센치해진다. 생각보다 춥다. 산책 10분 만에 집으로 복귀한다. 어휴 추워.
소박한 산책에 비해 준비가 너무 거창했다. 간단하게 내복 위에 편한 옷을 입히고 설렁설렁 다녀올 속셈이었는데, 이게 뭔 난리인지. 사서고생이다. 좀 더 집안일에 세세하게 관심을 들였다면 간단했겠다.
아내분과 나는 둘 다 J다. 그런데 조금 다르다. 나는 계획형 J고 아내분은 정리형 J다.
아내분은 물건이 나와있는 꼴을 못 본다. 내가 편한 곳에 물건을 두면 꼭 불편한 곳으로 사라져 있다. 어김없이 아내분이 숨겨ㄷ... 정리한 거다.
그래서 옷은 내가 신경을 잘 안 쓴다. 빨래를 갤 때도 나는 양말, 속옷, 수건만 갠다. 나머지는 접는 방법도, 수납하는 위치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내분에게 양보한다. 두 번 일하는 것보단 귀찮아도 한 번에 하는 게 났지.
난 이게 효율적인 분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편할 대로 선을 그은 것 같다. 그냥 나 편할 데로 한 자기 위안이다.
옷을 개는 모양, 넣는 위치를 보고 배웠다면 함께 할 수도 있는데. 힘들게 옷장을 뒤적거릴 일도 없고 말야.
아직도 내가 좀 더 노력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 최고의 집사가 될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