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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Feb 24. 2023

무모해도 도전

실패를 위한 도전


극N과 J가 합쳐져 모든 일을 계획하고 예측하고 시작하는 나는 무모한 일을 하는 일이 없다. '무모하다'라는 말에 효율을 따져보면 득이 될게 거의 없다. "전재산을 바친다면 10% 확률로 100배의 금액을 줄게. 대신 90%는 몰수야."정도의 문제? 어떤 일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모하다'라는 말의 영향력은 이렇게 크다. 누군가는 100배의 이득을 보겠지만, 나는 90%의 파산을 피한다.


그런 나도 딱 한번 무모한 도전을 한 적이 있다. 절벽 끝에 몰렸다면, 퍼덕퍼덕 나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뛰어봐야 하지 않을까? 딱 그쯔음의 기억이다.


오래전 온라인 쇼핑몰에 도전을 했다. 주변에서는 이미 레드오션에 성공하기 힘들다고 만류했지만, 나는 실패가 하고 싶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실패할 거란 확신을 기반으로  도전했다.


늘 성공을 위해서만 살아왔다. 강박적으로 실패를 피하다 보니 점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좁아지고 변화를 거부하게 됐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해도 다른 일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했다. 스스로 땅을 파고 들어가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꼴이었다.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저 밖이 온통 가시밭이어도 다른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망할 작정으로 시작했다. 성공하면 좋은 거고, 실패해도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맨땅에 헤딩. 네이버카페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밤에는 동대문 새벽시장에 가서 해가 뜬 후에야 집에 돌아왔다. 보따리상인처럼 커다란 봉지에 옷을 가득 담아왔다. 카메라를 샀다. 사진 찍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일일 사진수업도 들었다. 피팅모델을 섭외했다. 촬영장소도 예약했다. 옷 몇 벌에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냈다. 편집도 직접, 홈페이지도 직접 만들었다.


모든 걸 혼자 하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체감과는 다르게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3개월이 지났다. 그렇게 오픈하기 전 시원하게 망했다.

요령 없이 하다 보니 지출과 시간이 늘면서 상황의 균형이 기울어졌다. 구멍을 메울 수 없으면 쏟아지는 물이라도 채워 넣어야 하는데 콸콸콸 쏟아내기만 했다. 결국 처음 계획한 대로 확실히 실패했다. 이게 맞는 건가...?


아쉽긴 하지만 후회는 없다. 결과적 실패는 있지만, 도전적 실패는 없었다. 경험이 재산이라고, 이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이 실패를 바탕으로 하나둘의 노력은 이어졌다. 실패 위에 등대를 하나 세운 것 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

사실 한참 동안 그 일을 잊고 지냈다. 비슷한 경험을 반복했다면 자연히 떠올랐을 텐데, 다행히 지금은 실패를 향하고 있진 않은 듯하다. 하지만 또다시 구덩이 속에 갇힌 건 아닌지 조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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