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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Aug 22. 2023

"왜 내 남편은 이 모양일까?"

'오롯이 남편만의 문제일까?'

나와 아내분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모든 게 만족스러워서는 아니다. INFJ와 ISFJ의 만남. 둘 다 화를 내기보다 혼자 삭히고 참는 스타일이라 불꽃이 터질 일이 없다.  


화낼 일을 쌓아두고 억지로 참는 건 아니다. 애초에 화낼 일이 없게끔 설거지나 청소, 빨래 널고 개기 같은 집안일을 도와준다.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한다. 물론 시켜서 할 때도 많지만 '아내분께서 명하셨으니 실행한다.'이런 1차원적인 해석으로 돕는다. 그 뒤에 불만을 덧붙이지 않는다.


귀찮진 않냐고? 물론 귀찮을 때도 있다. 근데 내가 귀찮은 일을 아내분이 하면 안 귀찮을까? 누가 귀찮은가의 차이일 뿐이지, 그 행동 자체에 따라오는 귀찮음은 생략할 수 없다. 어차피 귀찮은 거 이번엔 내가 귀찮은 거고, 다음에는 아내분이 귀찮을 뿐. 한쪽이 독박으로 머슴일을 하는 게 아니라면 불만이 커질 일은 없다. 


'내가 5번 했는데 상대방은 3번밖에 안 하네.'

이렇게 계산기를 두들기며 보상심리를 적용하면 문제가 된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한다/네가 한다'라는 1차원적인 접근이면 된다. 

사실 말이야 쉽지 누군 몰라서 못할까. 사람 성격이 다 다른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내 성향 때문에 나는 제법 '괜찮은 남편'소리를 듣는다.

세상에 이런 남편이 어디 있냐며 아내분 친구들도 동네 아줌마들도 간지르르한 칭찬을 해주신다. 낯부끄러움에 못 들은 척 하지만 내심 기분 좋다.


그래서 진짜 그런 줄 알았다. 유니크한 남편. 복덩어리 남편. 

'아내분 녀석. 나랑 결혼한 게 복이렸다!'

이딴 망상에 취해 아내분이 땡잡은 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그만큼의 사람은 아니란 걸 알지만 과대평과된 모습이 내 옷인 양 걸친다. 최수종, 션 게섯거랏!


주변에 성격차이로 툭하면 싸우는 커플이 몇 있다. 왜 만나나 싶지만 절대 안 헤어진다. 

모든 게 소파위에 널려있는 남편만의 문제일까. 내가보기엔 좀 더 다각의 시선으로 봐야한다. 문제는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성에차지 않는 상대에게 바랄 건 다 바라고, 당연히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꼬투리 잡아 매일 싸운다. 왜 불행을 자초할까. 그럴 거면 좀 참던가. 아니면 갈라서던가. 그놈의 성격을 참지 못해 티끌만 한걸 산불처럼 키운다. 물론 상대방도 크게 다르지 않고.


저렇게 불똥 같은 고집쟁이는 나랑 안 맞는다. 나 같았으면 진작 헤어졌지. 아니, 애초에 만나질 않았을 거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 내가 좋은 남편 소리를 듣는 게 지금의 아내분과 함께인 덕분인 걸. 나도 나지만 아내분도 참 아내분이다.  

나 참 결혼 잘했구나. 아내분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이 사람과 함께이고 싶다.(해당 계획은 합의되지 않은 단독 의견입니다.)


람이 함께하는 건 꿍꿍이가 있지 않는 이상 행복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그 사이에 이기적인 고집은 필요 없다. 그렇게 뾰족한 것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뿐이다.


[내가 하기 싫은 건 상대도 하기 싫다. 상대방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담 차라리 내가 힘들자.]


착한 척 번지르르하게 말한다고 생각하나?

왜 이 말이 아니꼽게 들릴까? 내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 말이 '착한 척'이라고 생각하나? 저것이 착한 행동이라고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둘 다 똑같이 깨닫고, 똑같이 서로를 위해줘야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하잖나. 한쪽만 열심히 실천하는 건 서로를 위항 행복이 아니다. 주인과 노예 사이의 일방적인 충성이다. 웬만한 변태가 아니고선 노예일이 즐거울 리 없다.(매일 퇴사하고 싶은 이유)


답도 알려줬고 방법도 알려줬다. 간단하잖아. 상대를 위하고 내가 조금 더 참고 내가 조금 더 힘들면 된다. 대신에 양쪽 둘 모두가.

어렵다고? 나. 똑같이 싸우고무책임한 마무리지만 어쩔 수 없다. 똑같이 한탄하면서 지내는 수밖에. 다 자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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