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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Aug 24. 2023

나는 왜 이렇게 눈치를 볼까?

'남들에게  이미지는 어떻게 보일까?'

나는 이 물음에 강박적으로 얽매여 있다. INFJ의 숙명.


남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다. 물론 멋져 보이면 좋지만, 최소한으로 나를 싫어하지만 않으면 된다. 불만은 속으로 담아두고. 문제는 회피하고. 무해한 인간이 되려 노력한다.


남에게 밉보이지 않으려는 건 단순한 착한 척이 아니라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타인이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면 며칠을 고생한다. 밤새 머릿속에 맴돌고, 불안하고, 불편하고, 초조하고, 자책한다. 세상 이렇게까지 멘털이 약할 수 있나 싶다.


나는 제법 눈치가 빠르다. 눈치가 빠르단 건 눈치를 많이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저 사람의 말의 숨은 의도가 무엇일까?'

말투. 톤. 표정. 표정 변화 시간. 모션. 시선. 아까와는 다른 행동, 텐션.

언어적/비언어적 정보들은 억지로 캐내지 않아도 세세한 흘러들어온다.

알아내려고 용을 쓰고 찾아내는 게 아니다. 그냥 본능이다.


물론 정확도 100%를 장담할 수는 없다. 정보수집과 정보해석이 주관적이기에 상대방의 마음과는 다를 수 있다. 이 갭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불안하고 조심스럽다.

쌍둥이 일지라도 물리적으로 분리된 두 존재는 명백히 다르다. 더욱이 다른 뱃속에서 태어나 다른 생황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르게 자란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리  없다.


그래서 내 의도 역시 온전히 전달될 리 없다. 아무리 좋은 마음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삐끗해 버리면 상반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사실이 내가 가장 경계하는 핵심이다.


글을 쓰다 보면 타인의 글을 피드백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사전계약서를 내미는 것처럼 꼭 하는 말이 있다.


"이건 하나의 다른 생각입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알아주시고, 제 의견이 괜찮게 생각된다면 활용해 주세요."


창작에 정답은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짜깁기해서 뜬구름 없는 소리를 써놓은 게 아니라면, 타인의 글을 평가하는  내 말이 무조건 맞다고 할 수 없다. 그저 또 다른 아이디어일 뿐, 채택하느냐 마느냐는 글 쓴 작가 본인이 몫이다.


헌데 내가 깐 밑밥에는 조금 다른 의도가 섞여있다.

'아무리 내가 옳은 소리를 해도, 상대는 자기 글을 무시한다고 느낄지 몰라. 자신 틀린 걸 알아도 남이 하는 "틀렸어."라는 말이 기분 좋을 리 없지.'

이건 미움받지 않기 위한 예측이다.


나는 진심으로 상대를 위해 하는 말이다. 상대를 위해주고 싶은데 내 설명이 내 마음에 못 미쳐서 답답함을 느낄 만큼 진심이다. 손가락을 움직여서 문자를 전달하는데도 숨이 차오른다. 정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함 때문에.

그런데 이렇게 쏟는 마음이 상대방에겐 '그래 니 잘났다'라는 생각이 들까 봐 동시에 겁이 난다. 도대체 얼마나 쫄보여야 이럴 수 있을까? 찔리는 거 하나 없이 당당하게 제 발 저린다.


멍청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거 참. 한두 번 미움받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호들갑인지. 미움 좀 받으면 어때. 그깟 거 그냥 털어내면 그만인 것을.

그런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이성과 감성은 상극이라 아무리 쿨냄새를 풍겨도 다리는 지 혼자 후들거린다.


이렇게나 강박이 심하다. 그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남들에게 마음을 쓰는 건데, 누군가는 착한 척한다고 생각할까 봐 무섭다.

그래서 그냥 맘대로 한다. 필요이상의 조마조마함을 안고 있지만, 내 속 편하자고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나쁘고 싶지 않다. 

착하게 한다. 

하지만 착한 척한다고 할까 봐 무섭다.

이럴 바엔 내 맘대로 할까?

그러면 남들에게 미움받을 거다.

착하게 한다.

그런데 착한 척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이럴 바엔 내 맘대로......


끝없는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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