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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Sep 06. 2023

죽도록 노력해도 헛노력만 하는 나.(& you)

며칠 전까지도 뜨겁게 타오르던 열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흔한 일이다. 뭔가에 꽂히면 귀신한테 홀린 사람처럼 검색하고 비교하고 온갖 망상을 펼치다가, 며칠만 지나면 모든 게 귀찮아지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현타다.

공부나 물건, 글쓰기를 포함해 취미나 노래, 게임까지도 마찬가지다.

타오를 땐 좋다. 집착 수준의 빠져듬은 검색능력을 향상하고 관련지식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한다. 집착만 따지고 보면 오타쿠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내 J성향은 무언가 시작할 때 밑바탕을 탄탄히 하는데 집중한다. 그렇게 며칠이면 굉장히 견고한 바닥을 깔게 된다. 거기서 끝이다. 아무리 튼튼해도 그냥 맨바닥. 


사두용미.

뱀의 머리? 지렁이의 머리만 돼도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을 찾아갈 테지만, 용의 꼬리만 있어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순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힘에 부처 잠시 앉아서 쉬어갈 때면 눈앞에 펼쳐진 공터를 보며 '이렇게 노력했는데 아무것도 없네'하고 상실감이 온다. 현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한 게 노력이 맞나 싶다. 그냥 단순한 덕질은 아닐까?

 이것도 노력은 노력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노력과 갭차이가 있다.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노력. 물론  존중되어야 한다. 모든 일은 과정이라는 게 있으니까. 

경기에 나가서 메달을 못 땄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니다. 메달리스트가 그보다 좀 더 노력했다고 확답하기도 어렵다. 모두가 노력한다. 그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느냐 하는 것뿐.


패배도 결과다. 

'최선을 다했지만 졌다.'

바라지 않은 결말이지만 어쨌건 결과를 얻는다. 

노력을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결과를 얻었을 때다.


그런데 내 노력은 결과가 없다. 실패한 결과? 포기한 결과? 그건 팩트일 뿐 내 노력의 결과가 아니다.

끝까지 가보지 않은 노력은 단절이다. 절단면을 보고 실패했다는 말을 남들 앞에서 '노력했다'라고 꾸민다.


분명 나는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그건 노력이 아니었다. 그냥 뭔가를 한 거다. 그냥 많이 했을 뿐.

더 많이 했어야 했고, 결국 뭐라도 해봤어야 한다. 


사실 이 글은 나를 채찍질하기 위해 쓰고 있다. 좀 더 투명하게 나를 보고 정신 차리라고 내면을 끄집어내는 중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누군가 또한 나와 같이 깨작거리만 하다가 포기하고 포기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겠지?


하자. 행동으로. 

더 이상 머릿속 히키코모리가 아니라 머리 밖 세상, 실제 몸으로 움직이고 실행해서 성공하고 실패하고 다시 해보는 결과를 찾아보자. 

그렇게 나에게 말을 하고, 그렇게 당신에게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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