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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긋는다. 이건 옳은 것. 저건 그른 것.
잘 정리된 규칙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친다.
신호등을 건너기 전에는 꼭 차가 멈춘 걸 확인하고 건너라.
좁은 길에서 사람이 마주 오면 오른쪽으로 걸어라.
집안에서는 뛰지 말고 걸어라.
식사 중에는 소란 피우거나 돌아다니지 말고 다 먹고 놀아라.
자신이 어지럽힌 거는 스스로 정리해라.
죄다 옳은 소리다. 스스로를 지키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식. 어디 가서 미움받지 않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저런 것들을 알려준다.
이제야 '내 아이는 나보다 더 잘됐으면' 하는 부모님들의 말이 이해한다. 어린 나이에 치기로 '자기들이 못한 걸 왜 나한테 그래.'라며 반항심만 태웠었는데, 그건 내 한을 풀기 위한 인형으로 쓴다는 의미가 아니라, 순수하게 내 아이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내가 못했던 것들이기에 '이렇게 하면 그런 것들도 해낼 수 있다'라는 노하우였다.
그런데 애들이 이런 마음을 알랑가 모르겠다. 나 역시도 그랬고 당신 역시도 그랬듯이 어린 시절의 옳은 것들은 모두 나를 옭아매는 족쇄다.
만화책에 나오는 공주나 부잣집 자제 들은 어릴 적부터 혹독한 교육 속에서 기계처럼 지낸다.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하지 말아야 하고... 새장 속 새처럼 자라난 그 캐릭터들은 어느 날 찾아온 모험가의 자유로움을 동경하게 된다. 손에 다 쥐고 있으면서도 과문과 권력을 포기하고 뛰쳐나올 만큼 자유를 갈망한다.
어제는 그제처럼, 오늘은 어제처럼, 어쩌면 내일도 오늘처럼 언성이 높아지거나 같은 일들을 반복하며 혼내게 될 때면 작은 죄책감이 찾아온다.
가끔씩 내가 알려주는 사랑이 반대로 아이들을 갑갑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다시 생각해도 내가 알려주는 것들은 모두 옳은 일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상식. 하지만 그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상식'이다. 아직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규칙, 또 하나의 억압이다.
아이들 교육(훈육)에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이거다. 규칙보단 자유에 발 담그고 있는 아이들은 한번 말했던 것도 반복해서 규칙을 어기는 것. 그래서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이미 말했는데도 또 듣지 않는 것에 지치는 것.
하지만 그건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한 규칙이지, 아이가 마음에서 우러나 동의한 일이 아니다. 사회적 위치, 권력차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수락. 누군들 하고 싶은걸 다 참으면서 살고 싶을까. 말썽도 다 커서 부리는 것보다 차라리 어릴 때 난리 피우는 게 더 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분명 옳은 것들을 가르친다. 나 혼자만의 고집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만한 당연한 것들.
애들 편하라고 신호등도 마음대로 건너고 친구가 화나게 하면 패버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건 타협할 수 없는 명확한 선이다.
그저 원더랜드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다 온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한 번쯤은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말 한마디만 떠올릴 수 있는 부모가 됐으면 한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이미 어릴 적 그 갑갑한 마음을 우린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