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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Oct 16. 2023

#5 남자의 필라테스 첫 1:1 수업

<남자가 필라테스해도 되나요?>

드디어 내 돈이 들어가는 진짜 수업이 시작됐다. 그룹수업으로 등록을 했지만 최초 2회는 1:1 수업으로 진행됐다.

필라테스는 재활을 목적으로 시작된 운동이라 현재 내 몸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운동 할 때 어디에 집중할지 아는 게 중요ㅏ다.


맨 처음 인바디 측정을 실시했다. 검사지를 통해 체수분, 골격근량, 체지방을 확인할 수 있는데 모두 지나칠정도로 평균치에 안착해 있었단다. '이거 다닐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에 시작부터 환불을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뭐, 몸 건강하다고 해서 안 아프고 안 쑤시는 건 아니니까…


다음은 카메라로 앞, 뒤, 옆을 돌려가며 서있는 자세를 찍었다. 사진에는 모눈종이처럼 가이드선이 그어져 밸런스가 틀어지진 않았는지 신체 불균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정면은 한쪽어깨가 올라가 있었다. 평소 거울을 보며 알고 있던 사실이다. 다리를 꼬아 앉는 자세를 많이 하고 크로스백을 메고 다니니 당연히 틀어질 수밖에.

옆모습 사진에서는 앞으로 기울어진 막대기처럼 몸의 쏠림이 확인됐다. 코어가 약해져 있어서 그렇다고 했던가? 목과 등만 구부정한 줄 알았지 몸 전체 밸런스가 영향받고 있었는지는 몰랐던 사실이다.


수치를 통한 확인은 여기까지.

다음은 여러 동작을 따라 하며 운동능력을 측정했다. 관절의 가동성과 유연성 등을 살피는 모양이다. 결과는 쓰레기였다. 강사님이 내 문제를 설명해 주기 전에 몸으로 먼저 깨달았다. 몸을 비틀려고 해도 안 비틀어지고, 팔다리를 뻗어 움직이면 짧아진 근육에서 찢어질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체조선수처럼 대단할 만큼 다리 찢기를 한 것도 아닌데, 평소보다 조금 더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내 몸이 얼마나 굳어있는지 심각하게 체감됐다. 뭐 이런 몸뚱이가 있지?


이제 내가 뭘 더 집중하고 보완해야 하는지, 어떤 변화를 기대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게 됐다.




가장 처음 기본적인 호흡과 골반을 쓰는 법을 배웠다. 흉곽을 열고 닫으며 몸속 공기를 비워내고 좀 더 압축된 복압을 유지하는 호흡. 필라테스의 가장 베이스가 되는 호흡이다. 유튜브를 통해 예습한 부분인데(J의 준비성) 실제 강사님이 잡아려주는 디테일은 달랐다. 극한까지 몸속의 공기를 쏟아내자 복근이 딱딱하게 집중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배에 힘을 주는 것과는 명확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이래서 돈 주고 배우는구나.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스트레칭이라는 게 가벼운 몸풀기 아닌가? 스트레칭부터 사지가 후들 후들거리고 찢어질 것 같았다.


"지금 몸이 많이 굳어있어서 그래요. 되는 만큼만 움직여볼게요."

"커흡! 어헉!"(믿기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튀어나오는 탄식에 생각이 말로 안 나왔다.


바닥에 앉아 허리를 곧게 펴는 것만으로도 등과 다리가 비명을 질렀다. 강사님도 애써 태연한 척하시지만 이런 몸뚱이는 처음 봐서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그래. 나 자신도 내 몸이 이렇게나 신기한데 타인의 시선에는 얼마나 기괴해 보일까.


"괜찮아요. 처음에는 다들 잘 안되시다가 나중에는 많이 좋아지세요."


어색하게 시선을 피한다는 느낌은 기분 탓이겠지?


다음은 어떤 기구에서 운동을 했다.(필라테스의 꽃이라 불리는 '리포머'라는 기구인 건 나중에 알게 됐다.) 슬라이드 되는 침대에 스프링이 달린 것 같은 모습으로 중세 고문기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실제 운동을 하면서는 추측이 확신으로 변했다.

움직이는 기구를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근력으로 붙잡고 있어야 해서 근지구력이 필요했다. 그 위에서 몸을 회전시키면서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유연성과 밸런스도 중요했다. 무엇 하나 안 중요한 게 없다는 소리다.




헉헉대고 헥헥대며 고통받다 보니 수업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짧은(정신이 없어서) 수업이었지만 필라테스가 어떤 운동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


필라테스는 힘들지 않다. 단지 크게 고통스러울 뿐.

힘들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몸이 뜻대로 안 움직여서 못한다. 찢어질듯한 고통은 덤이다.


고관절(골반과 다리가 만나는 지점)과 종아리,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허리, 등, 엉덩이, 복근, 모든 곳을 사용했다.


평소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제한적인 움직임만 반복하다 보니, 근육이 약해지고 짧아져 굳어 있었다. 다운그레이드된 몸으로 자세를 따라 하려니 될 리가 없지.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왜 가랑이가 찢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1, 2회 차 1:1 수업은 기분 좋았다.(고통은 별개다.) 수업 후 1주일 동안 온몸이 짜르르한 근육통에 시달렸다. 그만큼 내 몸이 굳었다는 거지만, 그만큼 운동 됐단 뜻이기도 했다.

실제 수업 중엔 '욕하고 싶다'는 충동이 치밀지만, 수업이 딱 끝나는 순간의 개운함으로 가득 찼다. 대체 언제 그렇게 아팠냐 싶을 정도로!

뭐 얼마나 배웠다고 저러나 싶을 수 있지만, 그만큼 체감하고 변화를 기대하게 됐다.



이 기대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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