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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Oct 17. 2023

#6 필라테스 그룹수업에 남자가?

( feat. 1:1 수업과 그룹수업의 차이 )

필라테스 남자회원으로서 그룹수업을 들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다. 내 시선도 그렇고 남의 시선도 그렇고, 혹여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봐 신경 쓰인다. 많은 남자들이 필라테스를 고민할 때 하는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쓰지 않는다기 보다는 신경 쓸 수 없다고 하는 게 맞다. 

힘든 고통 속에서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당장에 나만 해도 온 힘을 쥐어짜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고 한다. 강사님이 설명해 주는 동작을 귀로 듣고 확인한다. 말로만 설명되지 않는 동작은 아주 잠깐 실눈으로 확인하고 다시 질끈 감는다. 남은커녕 내 자세를 보는 것도 어렵다.


필라테스는 수업시간이 정해져 있다. 내가 다닌 곳은 자체 어플이 있어서 수업시간을 미리 예약할 수 있는 구조인데, 매 시간마다 어떤 기구를 사용하는지, 해당 강사님은 누구인지 표시되는 시스템이다. 그중에서 남자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에는 (혼성수업)이라는 표시가 있어서 그 시간대에 오는 여성회원들은 남자회원들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는 사람들이었다.(다른 시간대가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하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괜한 조심스러움과 걱정은 나 혼자의 불안감인 걸로...




1:1 수업과 6:1(센터에 따라서 비율이 다를 수 있다.) 그룹 수업의 차이는 '맞춤'이다. 


1:1 수업의 경우, 정해진 커리큘럼 없이 내 몸에 보완해야 할 점/단련하고 싶은 점을 집중해 맞춤형 운동이 가능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거북목/자세교정이 목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명확한 목적이 있는 경우 필라테스 그룹수업은 조금 맞지 않을 수 있다. 내 몸에 맞춘 게 아니라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서 운동이 진행된다. 내가 목을 단련하고 싶어도, 자세교정에 목적을 둬도, 짜인 운동이 다리라면 다리를, 팔이라면 팔을 운동하게 된다. 


강사 한분이 여러 명의 회원을 돌봐야 하다 보니 디테일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한 명의 실력이 너무 뒤처진다고 해서 그 사람을 봐주기 위해 지연되는 일은 없다. 수업은 시계처럼 멈추지 않고 진행되며 부족한 회원을 좀 더 교정해 주는 정도다. 이렇게 말하면 과장이 될지 모르겠지만, 못한다면 못하고 넘어가는 거다.


그래서 그룹수업에서는 스스로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한 번에 1년을 끊어서 오늘 안 해도 내일 갈 수 있는 헬스장과는 다르다. 수업 횟수로 계산되는 필라테스는, 오늘 못하면 그냥 사라지는 거다. 내 돈을 태우고 있는 이 순간에 최대한 뽕을 뽑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룹 필라테스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자리 잡기다! 이건 남자던 여자던 혼성이던 상관없는 절대적인(?) 꿀팁이다.


내가 다니는 센터에는 전면 거울 앞에 한 줄로 죽 늘어선 구조로 자리가 배치됐다.  센터 중앙에 있는 기구들도 모두가  한 곳을 볼 수 있도록 한 줄로 놓여있다. 이런 곳은 별 상관없다. 문제는 자리가 앞뒤 두줄로 나뉘어있을 때다.


이 전에 센터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곳에 방문해 봤을 때, 센터의 구조, 크기에 따라서 다른 기구도 두줄로 배치된 곳이 많았다.(특히 개인이 운영하는 곳들은 작은 공간으로 인해 요가매트까지 두줄로 깔려있는 곳이 있었다.)


내가 다니는 센터는 다른 기구에 비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리포머가 3개씩 두 줄로 돼있었다. 이중에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자리는 앞줄이다. 


나는 내 나름의 배려랍시고 앞줄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뒤이어 들어오는 수강생들은 하나씩 뒷줄을 차지하고, 두 명이 비어있는 채로 4명이 수업을 받게 됐다. 의도치 않게 내가 그들의 본보기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운동에 집중했다. 오히려 결백함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운동 강도가 늘어나면서 왜 다른 수강생들이 뒷자리에 깔려있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나는 인격체로서 공개처형을 당했다. 

다리가 의지를 벗어나 후들거렸다. 발판이 떨리면서 연결된 스프링이 '시시식-'거리며 떨림을 강조했다. 이 악물고 다리에 힘을 줬지만 갓 태어난 기린새끼마냥 떨림만 증폭됐다. 발판을 당겨올 때도 부드럽게 오지 않고 '덩텅텅'소리를 내며 불쾌하게 당겨졌다. 더 이상 힘든 게 문제가 아니다. 창피함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쪽팔림이 폭발한다. 뒤쪽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머릿속에는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10회의 카운터가 끝나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기 전, 힐끔 뒤를 확인했다. 분명 비웃고 있을게 뻔했다.

그런데 표정들이 안 좋았다. 이제 막 20분 정도 지났을 뿐인데 마라톤 결승선 뒤 풍경처럼 녹초가 된 표정들이었다.


'다들 비웃을 여유조차 없구나. '


어떻게 했는지 보지 않아도 뻔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하기 전,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글과 여러 센터를 방문하면서 걱정했던 < 모두 부질없는 것이었다. 만에 하나 힐끔거린다 쳐도 앞에 거울이 있고, 거울이 없더라도 강사님이 계속 회원들을 살피며 돌고 계시기 때문에 불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내가 몸소 체험해 본 결과 아무도 신경 안 쓰고 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어딜 가나 모난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런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겁낼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그런 상황은 예측해서 피할 수도 없다.


그래도 내심 창피하니까 앞자리는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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