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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Oct 17. 2023

#7. 필라테스. 그걸 남자가 해도 돼?

필라테스는 여자가 하는 운동 아닌가요?



필라테스는 여자들이 몸매 관리하는 가벼운 미용 운동.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이미지다. 


필라테스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요제프 필라테스'가 포로들의 운동 부족과 재활 치료, 정신 수련을 목적으로 창시한 운동이다. 

애초에 만든 사람이 남자고 전쟁 포로들을 위한 거라고 하니 더더욱 남자를 위한 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물론 재활에 성별은 무의미하다.) 특히 신체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지는 남성에게 필라테스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성중심의 미용운동이라고 생각할까?


남자가 운동한다고 하면 헬스장에서 무거운 중량을 치고 울퉁불퉁한 근육을 키우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외형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도 많다. 남성성을 강조할 수 있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필라테스보다는 고중량을 이용한 피트니스가 적합하다.


반대로 각진 근육보다 부드러운 라인을 선호하는 여자들은 필라테스를 선호한다.(여자가 피트니스를 해도 남자처럼 우락부락해지는 건 굉장히 어렵다.)


애초에 필라테스 센터들도 홍보 전단을 만들 때 여성모델을 앞세우고 재활보다는 미용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효과 좋은 운동에 미용운동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진 데에는 필라테스 업체 전반의 영향이 큰 게 사실이다. 


필라테스를 이미지화 해보면 몸에 딱 붙는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는 모습이다. 신체의 상태/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서 더없이 좋은 복장이지만 이성 앞에서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나도 처음에는 내 의도와 무관하게 오해를 살까 봐 시선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집중하거나 허공에 두거나 감아버렸다. 그런데 좀 지나서 알게 됐다. 그런 헛된 노력을 안 해도 운동에만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내 몸을 살피게 되고 시선은 멀리 보게 된다. 정말 정말 정말로 운동에 진심으로 접근하면 오해살 일도 없다.(애초에 다들 힘들어 죽을라 해서 날 신경 쓰지도 않는다.)


남자회원들을 1:1(1:2) 수업 위주로 받는 것도 편견을 만든다. 

(그룹수업 대비) 가격 상승으로 인해 남자회원 유입은 저하되고, 어쩌다 들어온 회원을 따로 분리하니 있어선 안될 곳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당장에 수강 중인 여자회원들은 괜찮을 수 있는데, 현재 회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여자회원분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은 강사 스스로가 필라테스의 영역을 좁혀나간 거 아닐까? 여성 전용 센터가 아니라면 센터 운영자로서 수강생의 형평성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센터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다니는 센터는 어플로 예약한다. 시간대 중 '혼성수업'이 라고 표시된 곳만 남자회원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에 운동하는 여자분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온다.(어플이 없는 곳이더라도 다른 회원에게 양해를 얻고 홍성시간을 구성하는 건 강사의 역량이라 생각한다.)

 

나는 거의 고정적으로 월/목 19:30 수업을 들었는데 매번 마주치는 수강생들이 있었다. 가끔씩 달라지는 사람들도 두어 번씩은 다시 만났다. 

개인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시간대만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남자 회원과 함께인 게 정말 불편했다면 같은 시간대에 몇 번씩 마주치는 일은 없었지 않을까? 


어쨌건, 필라테스. 그거 남자가 해도 된다.


남자가 피트니스가 아닌 필라테스를 선택했다는 건, 불편함을 해소/치유하기 위해 찾는 거라 생각한다. 작정하고 음흉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만큼 건전한 접근이 어디 있는가! 필라테스를 배우러 온 남자 회원은 아무도 눈치 주지 않지만 괜히 눈치 보게 되는, 정말 여리고 연약한 존재다. 

아껴주진 못해도 최소한 무관심이라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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