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
독자적인, 독창적인, 유니크한, 비견할 것 없는, 그야말로 신비로운 무언가라 생각했다.
한정판이라는 말에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 또한 같다. 한정판으로 디자인이나 성능, 성분이라도 다르면 낫다. 그저 소량이라는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달라진다. 소수에게만 허락된 기회. 심지어 구매자들도 적은 공급의 가치를 알고 기꺼이 값을 지불한다. 그저 몇 개 없다는 사실에 어떤 가치가 있는 걸까?
유일무이라는 게 그렇게나 좋은 건가?
나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쫒는다. 일을 할 때도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글을 쓸 때도 나만의 개성이 담긴 유일한 스타일을 꿈꾼다. 물론 매번 실패한다.
세상에 더 이상 유일무이 한 건 없다. 아니,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는 나올 수 없다. 내 그릇은 천재가 아닌 모양이다. 창작이라며 떠올린 것들도 살아오며 답습한 것들의 재구성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세상엔 나보다 앞선 것들이 너무 많다. 그 재료들을 잘 버무려보면 될 것을, 새로운 걸 하고 싶단 욕심은 만족을 모른다.
목표와 다른 결과물은 정신을 갉아먹는다. 바라는 게 많으니 벌어지는 일이다.
옆에 넓은 길을 놔두고 굳이 불구덩이 위 외줄을 타고 가며 힘들어하는지 모를 일이다.
꼭 달라야 하나? 반드시 유일무이해야만 하는 건가?
애초에 유일무이한 게 좋은 걸까?
가치를 알아본다 한들 그건 그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다.
그까짓 거 없다고 뭐 죽는 것도 아니고...
나만의 것은 나에게만 가치 있는 거다.
유일무이하다는 게 큰 가치가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무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하나뿐인 거 사라진다고 세상이 얼마나 바뀔까. 있어봤자 티도 안 나던 거 사라진다고 한들 알아차리지도 못할 것 같다. 그럴 바엔 한두 개 사라져도 티 안 나게 남아있는 많은 것들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괜한 환상을 쫒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좋겠다. 더 이상 스스로를 압박하지 않고 남들의 선례를 모아 모아 좀 편하게 살면 어떨까. 남들 다 갖고 있는 거라 해서 내가 지닌 것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게 아니다. 가치란 스스로 얼마 큼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니까.
유일무이한 건 이 한 몸이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