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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Nov 03. 2023

진짜 내 목소리?

자기 목소리는 자기가 들을 수 없다고 한다. 말을 하며 듣는 목소리는 몸속에서 울려 뼈를 타고 전해지는 소리와 귀를 통해 들리는 소리가 섞여, 남들이 귀로만 듣는 소리와는 다르다. 스스로 녹음한 목소리를 들었을 때 오는 이질감은 이 차이다.


그런데 녹음해서 듣는 소리는 진짜 내 목소리일까? 기계를 통해 출력되며 어떤 외곡이 가미되지 않을까? 남들은 내 목소리가 맞다고 하는데 증거가 없다. 무작정 남들의 말을 믿어야 하나? 합심해서 날 속이는 건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까? 애초에 속인다는 자각 없이 사실을 왜곡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판단하는 기준점은 내 몸에서 울려오는 목소리 뿐이라 서로의 결괏값이 다르다. 결국 조금도 반항하지 못하고 "그렇구나~"하면서 납득할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남들이 판단한 내 목소리가 진짜라면 몸통을 울려 평생 듣는 내 목소리는 가짜인가? 오직 나만 들을 수 있다고 해서 가짜라 말해도 되는가? 반대로 남들이 평생 내 진짜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귀뿐 아니라 뼈를 타고 오는 더 다양하고 풍부한 소리는 나만 가질 수 있다. 오직 나만이 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소리란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자신의 소리보다 남들이 말하는 내 소리를 믿는다. 

내 소리. 

'사운드'라는 의미도 있지만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 발언, 생각, 판단, 의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눈치를 보고, 나보다 남의 기분을 위한 말, 행동을 하고 살진 않나? 

내가 나로서 살지 못하고, 주변의 입력값에 따라 움직이는 NPC로 사는 건 아닌가 싶다. 


내 목소리는 그 누구보다 먼저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울린다. 이렇게 강한 소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울림은 담아만 두고 단순히 출력값만 송출한다. 


남들이 듣는, 듣고 싶어 하는 소리.

내 안에서 깊은 울림을 품고 나오는 소리.


진짜 내 목소리라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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