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가 Nov 21. 2023

인생에도 교과서가 있으면 좋겠다.

요즘 들어 학생 때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공부할 때가 좋은 거다."

"학생 때가 좋은 거다."

그 당시에는 공감할 수 없던 말들이 때 늦어서야 공감된다.


나는 공부를 썩 못했다. 

나는 암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래서 주야장천 외워야 하는 사회과목 보다 수학이 쉬웠다. 공식만 두어 개 외우면 숫자만 바꿔서 풀면 되니까. 그런데 그마저도 앞에 걸 모르니 그다음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더라. 미분은 적분을 거꾸로 하고 적분은 미분을 거꾸로 하라는데, 미분을 모르니 적분을 모르게 되고, 적분을 모르게 되니 미분을 모르게 되는 아이러니... 멍청해서 공부를 못한 게 아니라, 안 하다 보니 못하게 됐다.


그래서 더 맘 편하게 그때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한 문제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녀석들이야 지독한 압박과 스트레스로 끔찍한 시절이었겠지만, 마음을 비워낸 내겐 같이 놀 시간과 친구가 많았던 시간일 뿐이니까.


무엇보다 지금 느끼는 책임과 부담이 없던 시기였기에 회귀를 꿈꾼다. 학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학원으로라도 되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알아 돌아가는 계획에 따라 알려주는 대로 배우기만 하면 되니까.(물론 잘 안 배웠지만...) 내 계획과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는지... 그 당시에는 절대 모를 것들. 


물론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의 책임과 계획이 있다. 꿈을 찾아야 했고 당장의 성적이 미래의 지표였다. 어떤 미래를 결정지을까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 

어쨌건 그때는 당장의 공부만 하면 됐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학생의 기본 베이스는 공부다. '뭘 위해서?'라는 의미가 없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무게를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의미 없는 것들은 의미를 만들어서라도 해야 한다. 억지로도 붙일 의미가 없다면 그건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어떻게 의미 있는 일만 할 수 있겠냐만은, 반대로 의미 없는 일을 해선 안될 상황이 된 거다. 심적으로 물질적으로 여유가 넉넉하다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시간이 아깝다. 

소비가 아니라 휘발되는 것. 소비는 시간을 대가로 최소한의 경험이라도 남는다. 하지만 휘발되는 건 하등 의미 없이 그저 시간을 흩어 날려버리는 일이다.

그 시간들이 늘어날수록 초조함이 쌓인다.


같은 마음으로 같은 행동을 해도 학생 때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상황도. 마음도.


지금은 내가 많이 지쳐있는 모양이다. 가만히 쉬고 있어도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몸이 쉬는 동안 마음이 못 쉰다.

그럴수록 더 노력해야 하는데 옳은 길로 가는 건지 고민하는 통에 발길을 떼기 어렵다. 참으로 불편한 굴레가 미로처럼 얽혀있다. 


학생 때처럼 삶에도 교과서가 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일무이한 것은 좋은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