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한 통 온다. 곧 회원권 기간이 종료된다는 헬스장의 안내문자다.
1월 10일. 며칠만 더 지나면 운동한 지 1년이 된다.
처음 두 달엔 주 4회, 이후로는 주 5일씩 평일에 꾸준히 운동을 했다. 시간은 보통 1시간 반이 넘어간다. 퇴근후 하는 운동이라 시간을 더 쓰면 귀가가 너무 늦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스스로 압박을 느끼며 시간 내에 끝내려 노력한다. 가끔 공휴일에 밀려 주말에 운동할 땐 시간이 널널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두 종목 더 늘리다 보면 2시간 걸리는 경우도 많다.
운동을 하며 성질이 나빠졌다. 아니, 운동할 때만 나빠진다.
무거운 중량에 저항하다 보면 힘도 들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실패도 한다. 그러면 그것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어휴! 드럽게 힘드네. 사람들은 이런 걸 왜 하는 거야 '
'어휴- 팔 찢어질 것 같아... 아프지만 않으면 몇 개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휴 짜증 나. 왜 거기서 포기해 버렸냐. 하나는 더 들었어도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좀 더 표현이 거칠다.
잘해도 못해도 그냥 다 화가 난다. 손오공이 분노의 힘으로 초사이언이 되는 것처럼 그 화를 동력 삼아 운동에 사용한다.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계획형 J성향이라 그런지 그런 걱정은 없었다.. 하기 싫단 귀찮음 보다, 안 하면 근손실이라는 불안감이 훨씬 컸다. 아침이 되면 해가 뜨고 밤이 되면 해가 지는 것과 같았다. 월요일이니까 상체 하고, 화요일이니까 하체 하고, 수요일이니까 밀기하고, 목요일이니까 당기기하고, 금요일이니까 다시 하체 하고.
오히려 이틀 쉬는 휴일동안이 불안하고 초조해서 견디기 힘들었다. 막상 운동하면 또 욕하면서 이딴 걸 왜 하나 투덜대면서...
1년 빡쎄게 했다. 참 드럽게 빡쎄게 했다.
처음과 비교하면 몸이 확연히 달라졌다. 원래 말랐던 몸에 근육이 붙고 어깨 골격이 달라졌다. 허벅지 안쪽이 서로 닿는다는 건 살이 찐 사람들만 그런 건 줄 알았다. 하체운동을 하다 보니 평생에 처음으로 다리가 닿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팔도 두꺼워지고 어깨도 점점 둥글게 변한다. 가슴이 커지면서 옷을 입어도 더 이상 말라 보이는 일이 없다.
탄성이 없는 셔츠종류들은 들어가긴 하지만 팔이 굽어지질 않아 버렸다. 슬림핏 바지들은 허벅지가 딱 붙어 게이처럼 보여 다 버렸다.
그럼에도 변화는 성에 차지 않는다.
설명만 보면 헐크라도 된 것 같지만, 애초에 근육이 없었던 사람이라 상대적 비교가 될 뿐이다.
거울 속 모습은 많이 좋아졌지만, 동시에 부족한 점들 투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겨우 1년 됐을 뿐이다. 기간으로 1년이지 운동 일수로는 250일 됐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았었는데 단 1년 만에 어쩌겠는가. 갈 길이 멀다.
최소 1년 반에서 2년 정도까지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길 거라 기대한다. 원래 그쯤이 변화가 가장 큰 시기라고 하더라. 그 이상은 유지의 영역이다.
나는 아직도 헬린이다. 오늘 가서 다시 1년을 연장할 계획이다.
스스로와 나누는 1년짜리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