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켜고 한참을 둘러보지만 딱히 마음이 가는 게 없다. 찜 목록에 쌓인 작품이 수두룩 빽빽인데 막상 뭐 하나 보려고 하면 보고 싶지가 않다.
최근 신발 밑창이 그 속을 보이기 시작해서 바꿀 필요를 격하게 느끼는 중이다. 하지만 신발가게에서 구경만 하고 나오기를 반복한 게 벌써 다섯 번이 넘는다. 신발들이 안 이쁘다기보다는 신발들에 마음이 끌리지 않는 느낌이다. 음. 미묘한 차이다.
바라는 게 없으니 만족감도 없다. 0에서 0이라 손해 보는 느낌은 아니지만, 썩 유쾌한 것도 아니다. 뭐 별 수 있나. 무미건조한 마음을 마주하며 그저 시간을 보낼 뿐이다.
그런데 멍 때리는 것도 한때지, 잔잔함에 익숙해질까 봐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두려움을 느낀다기보다는 머리가 두려워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이 정도면 심각 한 거 아닌가 싶다.
책을 읽다 보니 글을 쓰고 싶어 졌고, 글을 쓰다 보니 더 잘 쓰고 꾸준히 쓰고 싶어졌다. 이런 식으로 꼬리의 꼬리를 물며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톡방도 만들고 고민하고 노력하게 됐다.
거창한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소소한 일 같지만, '하고 있음'에 더 집중하며 '변화'의 싹에 집중하려 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다 하지는 않으니까.
그런 내 안에 사람들이 하나씩 모였다. 서로의 마음가짐이나 생각의 깊이감은 다르겠지만 내 뜻을 살피고 동감하고 동참해 주는 것 같아 조금씩 대답을 듣는 기분이다.
작은 양초 하나만큼의 불씨지만 어차피 이건 시작이니까. 꺼뜨리지 않고 나아간다면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