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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Mar 28. 2023

꼰대가 되고서야 하는 후회.

어릴 때는 왜 몰랐다 싶다. 어른들의 꼰대스러움에 대한 반항이었을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놀기 바빴다. 그때는 다들 그러는 시기라고 하지만, 그 당시에도 열심히 하는 애들은 많았다. 그냥 내가 안 한 거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미리 내가 공부의 싹이 아니라는 걸 파악하고 개인의 행복을 찾는데 더 열중했다는 것?


어쨌건 그 시절의 모든 것이 미래(현재)가 됐다. 열심히는 살지만 현실은 욕심을 채울 만큼 따라주지 않고 그 간극만큼의 스트레스가 종양처럼 자라난다. 현실은 얄짤없다. 조금의 연민도 없이 내가 해온 만큼의 팩트를 내리꽂는다. 미처 몰랐다는 말은 못 하겠다.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결국 내가 이런 선택을 한 거니까. 

당연히 후회를 한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 염치가 없지만 그래도 후회를 한다. '과거로 돌아갔으면'하는 망상은 이제 질릴 정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이때로 가면 이걸 더 해야지. 저때로 가면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해야지.'

예전엔 어떤 일을 좀 더 노력해서 지금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그냥 이것저것 좀 더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하고 놀았으면 좋겠다 싶다. 단순히 놀면 지금보다 더 개판이 나겠지만 하나의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다양하게]. 그냥 피시방에 가서 종일 레벨업만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했으면 싶다. 일찍이 배낭여행으로 세상도 둘러보고 하면 생각이 트인다고 하지 않는가. 그 정도까지 큰 일을 벌이진 않더라도 그냥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보고, 안 해본 경험도 해봤으면 하는 후회가 있다.


현재의 흐름을 바꿔보고자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게 없고 해 본 게 없으니 새로운 도전 자체가 커다란 장벽이다. 심지어 절벽 너머에 있는 장벽.

가족? 주변 눈치? 그런 것보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새로운 걸 해보려 해도 할 줄 아는 게 없다. 내 의지와 노력은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지와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내가 미용을 한걸 유일하게 후회하는 때가 이때다. 배우고 해온 게 그것뿐이라 다른 걸 하려면 아무것도 없다는 거. 모든 게 리셋된 0에서부터 시작인데 거기서 나이까지 들면 마이너스의 존재가 돼버린다.


어린 시절 내가 미처 몰랐던 건 좀 더 미친 듯이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을 향해 이것저것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목표 없이 이것저것 '다양하게'해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비록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경험'이라는 자산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될 테니까. 내가 하고싶은 모든 것을 놀이처럼 경험했으면 한다.

아직 꼰대가 되지 못한 모든 이들이 좀 더 마음껏 살았으면 좋겠다. 좀 더 미친 듯이.

(물론 공부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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