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극N의 육아

아이들과 놀아주기 만큼 쉬운 것도 없다.

놀이는 한 번 시작하면 끝나지 않는다.

by 유가

많은 아빠들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을 어려워한다. 놀아주기 싫어하기보다 방법을 잘 모른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더. 아이가 말도 안 통하는데 엄마만 찾고 있으니 아빠들은 손대기도 조심스러워진다.


뭐, 일단 대부분 그렇다고는 하는데 나는 조금 다르다. 잘 놀아주니 늘 함께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이들도 나를 좋아한다. 잘 때면 꼭 나 몰래 아내분 귀에 대고 "엄마 나랑 같이 자자"라고 하지만, 어쨌건 5:5 정도로 영향력을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음... 아닌가? 어쨌든 비슷한 수준으로 아이들이 날 좋아한다. 분명 그럴 거다!


결혼초부터 나는 일을 하고 아내분은 전업주부가 됐다. 하지만 내가 귀가하는 순간부터 아이들 전담은 내가 됐다. 전업까진 아니지만 반업주부 정도? 아내분 대신 기저귀도 갈고, 업고 안으면서 달래주고, 온몸을 이용해서 놀아줬다. 잘 때는 직접 안고 재워줬다. 생후 100 정도까지는 아기의 패턴이 2시간 텀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새벽에 아이가 깨어 난 때도 내가 일어나 아이를 안고 다시 재웠다. 사실상 내일과는 24시간 진행 중. 쉬는 시간은 딱히 신경 안 썼다.


어떤 가족은 엄빠의 역할을 명확히 나눈다. 아빠는 일하고, 엄마는 집안일. or 아빠는 일하고, 엄마는 일하고 와서 집안일. 개인적으로 파탄의 지름길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런 분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는데, 특히 전업주부는 집에만 있으니 쉬면서 애만 상대하면 될 거라 생각한다. 생각처럼 뭐든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 회사에 하루종일 앉아서 컴퓨터만 하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는 말과 다르지 않은데... 심지어 맞벌이인 경우 똑같이 일에서 힘을 쓰고, 한쪽만 휴식을 독점하기도 한다. 이때는 확실히 저울이 기운다.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둘 다 힘들다는 소리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을 봤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보다 아내분이 힘들 테니 도와주고 싶어서. 어차피 둘 중 하나가 힘들어야 한다면 내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아빠들을 적으로 만들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억지로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일이 된다는 걸 말하고 싶다.


아내분이 이런 내 정성을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나는 아이들과 친한 아빠가 됐다.

이렇게 될 때까지 정말 많은 체력을 소모해야 한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의지로 버텼는데 그렇게 평생 할 수는 없었다. 며칠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을 매일같이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더불어 아이들은 점점 무거워지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도 안 힘들고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방법.


다행히 의지만으로 커버가 불가능해진 시기에 아이들이 충분히 잘 걸었다. 굳이 들어주고 안아주고 비행기 놀이를 하며 근육을 혹사하지 않아도 다른 놀이를 할 수 있다는 뜻!

집안에서 숨바꼭질을 한다는 명목으로 악착같이 숨어서 짧은 휴식을 취했다. 단박에 들키면 휴식이 짧아지니까 일부러 침대 위 이불속에 베개로 위장을 해두고, 중간중간 함정을 만들어 시간을 번다. 반대로 술래일 때는 일부러 쓸데없는 곳만 뒤적이며 시간을 끌었다. 침대 한가운데 이불이 볼록한 걸 모른 체 하긴 어렵지만 일부러 침대 다른 곳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끈다. 가끔은 그냥 옆에 드러누워 "아~ 어디 있지?"하고 멘트만 쳐도 된다. 어라? 만져보니 이불속에 인형이다. 이것들이 쓸데없는 기술만 배워가지고...


더 이상 움직이기 싫어질... 아니, 움직이기 힘들어질 때면 나는 방방이로 변한다. 바닥에 드러누우면 자동으로 아이들이 올라온다. 이때 중요한 건 몸통 아래 베개를 깔고 엎드린다. 안 그러면 갈비뼈가 박살 날지도... 대충 위치만 지정해 주면 자동으로 마사지가 시작된다. 애들은 신난다고 점프하지만 나한테는 무료 타이마사지다. 회사에서 똥을 싸면 똥 싸면서도 돈을 버는 거라는데, 이것도 같은 급의 노동이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요양이 아니라 노동 중인 거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뛰어놀 수 있도록 내 몸을 희생해서.

이것이 아이들에게 충실한 아빠의 표본이다.


아이들은 계속 움직이면 좋아한다. 핸드폰을 손에 쥐어주면 앉아서도 좋아하겠지만, 아이가 좋아한다고 다 좋은 일은 아니니까. 가능하면 움직이는 행복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하려 노력한다. 대단한 걸 해주려 특별한 노력을 하진 않는다. 아이들은 그저 아빠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내가 힘들어도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면 그게 행복인 거다. 나의 행복. 아이들의 행복. 아내분의 행복. 위 아더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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