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극N의 육아

아이들과 전쟁같은 식사시간

밥을 안 줄수도 없고, 거참.

by 유가

아이들과의 밥시간은 전쟁이다. 도통 가만히 먹질 않는다. 애가 둘이라서 더 그런가? 수다쟁이 둘이 함께 앉으니 음식을 씹을 시간이 없다. 한참 전에 놓아준 반찬은 여전히 밥 위에 얹어져 있다. 즐겁게 식사를 하는 건 좋은데, 흥이 넘치게 식사를 하는 건 문제다. 가볍게 시작한 대화는 팔을 휘휘 저으며 계속된다. 저러다 뭐 하나 쏟겠다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팔에 걸린 컵이 물을 흩날리며 나뒹군다. 하아...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혀기녀석은 아차 싶었는지 눈치를 본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기에 크게 혼내진 않는다. 익숙을 넘어 무뎌지는 단계다. 대신 눈을 감고 심호흡하면서 내가 참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내 인내심이 아슬아슬하다는 걸 어필한다. 혼나기 싫으면 그만하고 밥 먹으라는 뜻이다.


효니와 혀기는 조심히 식사하는 법을 모른다. 식사는 식사고, 놀이는 놀이다. 둘이 섞이는 게 아니라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 쉽게 말해 식사 중에도 조심히 장난치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그릇이 있던 컵이 있던 관심 없다. 둘이 떠드는 순간이 그렇게도 행복한가 보다. 녀석들 입장에서는 행복한 순간을 방해한 컵이 잘못한 거다. 팔을 휘둘렀는데 컵이 그곳에 있었을 뿐. 그래서 유리컵은 금지다. 그릇도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이다.


먹는 건 또 엄청 오래 걸린다. 일단 입에 들어가면 씹질 않는다. 먹는 양도 적어서 조금 주는데 그마저도 남기기 일쑤다. 한창 커야 하는 시기에 배에 들어가는 게 없으니 부모입장에서 속이 탄다. 잘 먹고 많이 먹고 골고루 먹어야 하는데...


그런데 괜한 걱정인가 보다. 하루종일 떠들고 뛰노는데도 쓰러지질 않는다. 연비 효율이 좋다. 쥐똥만큼 먹고 코끼리똥만큼 싸면서도 에너지가 남는가 보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니 저렇게 잘 노는 거 보면 부족하진 않나 싶다. 그래도 건강과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는 섭취해 줘야 하는데, 어쩌겠나. 화를 내도 지들이 안 먹는데. '죽지만 않으면 되지. 배고프면 알아서 먹겠지.'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포기한 건 아니다. 매번 식사 때마다 밥 먹으라고 소리친다. 툭하면 밥 먹다가 입을 안 움직이고 있어서 씹으라는 말만 수십 번이다. 왜 저러는 걸까? 멀티가 안 되는 걸까? 밥을 먹다가도 뭔가 눈에 들어오면 입은 멈추고 신경을 뺏긴다. 녀석들의 입을 지켜보다가 곧바로 씹으라고 재촉하는 게 내 임무다. 아얘 음식은 믹서기로 갈아줘야 하나 싶을 정도다.


고봉밥을 내놓고 "무조건 다 먹어!"하고 시키진 않는다. 안 그래도 밥 먹기 싫어하는 게 아이들의 본능이니까. 한창 과자나 젤리 같은 군것질만 좋아할 때다. 나도 식탐이 없는 편이기에 이해는 한다. 밥에 대한 미련은 없고 맛있는 게 바로 앞에 있어야 먹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래서 식사를 닦달하진 않는다. 부모니까 애들이 싫다고 해도 더 챙겨줘야 하나 싶은 걱정도 하는데, 꾸역꾸역 먹는 고통을 알기에 밀어붙일 수도 없다. 더 이상 못 먹겠단 소리가 나올 때부터 두 숟갈만 더 먹게 해주는 정도로 타협한다.


배불러서 밥은 안 먹는다고 하고 떠난 녀석이 곧바로 과자 젤리 같은 걸 들고 나온다. 뒷골이 팍 당긴다. 배 터질 것 같아서 밥 못 먹겠다는 녀석이 디저트배는 남겨둔 모양이다. 그 행동이 괘씸해서 과자 내려놓으라고 했다가도 결국 허락해 준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게 이런 마음인가 보다.

대신에 밥을 정말 조금 먹었다면 간식은 절대 금지다. 이건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밥을 남겼더라도 열심히 먹으려고 노력했다면 상관없지만, 과자를 먹기 위해 일부러 배부르다고 하는 건 티가 난다. 할 건 하고 보너스를 바라야지.


먹는 게 이 모양이다 보니 둘 다 마른 편이다. 찐 것보단 났다고 생각한다.

키도 작은 편이다. 때 되면 큰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릴 때 마른 편으로 음식욕심은 없었지만 과일, 음료수, 우유는 사다두면 곧바로 동이 났다고 한다.(나의 창조주이신 어머님의 제보내용) 그래서 내가 금붕어란다.


지금 내 키는 180이 넘는다. 그렇게 안먹었는데도... 그래서일까. 꼭 많이 먹고 골고루 먹지 않아도, 결국 클 사람은 큰다고 생각한다. 보면 키 크라고 많이 먹여도 안크는 사람은 안크더라. 결국 개인차다. 나는 충분히 유전를 넘겨줬다. 뭐, 안 크면 지들 탓이지.


당장에 키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즐거운 식사예절이다. 웃으며 식사하는 건 좋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고, 먹는 속도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딱 이만큼이다. 흥에 취해서 식사 중 사고 치지 않게 중재를 해주고, 놓치는 영양소가 없게 단백질과 야채를 조금씩 섞어주는 거. 과할 필요도 없다. 감기 걸리면 비타민이 들어간 음식을 주고, 요즘 피곤해 보인다 하면 고기를 좀 더 챙겨주는 정도. 딱 그만큼이 부모의 참견 범위 같다.


사실 내가 잘하고 있나 모르겠다. 애들 성향에 따라도 따르지겠만 성장한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매년이 아니라 매 달 매주마다 성장과 행동이 달라진다. 그래서 지금도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기준을 수정해 나가는 중이다.

육아.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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