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 지났는데도 충전되지 않는다. 오히려 평일보다 소모가 더 크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평일보다 주말에 에너지를 더 쓴다.
일 할 때는 주말만 바라보고 달리는데, 막상 주말이 되면 스케줄이 빠듯하다. 안 그래도 짧은 주말, 이틀이 하루처럼 느껴진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지만 주말만큼은 되도록 나가려 한다. 마냥 집에서 뒹굴고 있는 걸 아내분께서 싫어하시기에, 특별히 갈 데가 없다면 대형마트라도 구경 간다. 매번 반복되다 보니 나도 물들었다. 아침부터 늘어져 있으면 괜히 찜찜하고 불편해진다. 숙제는 안 했는데 검사받을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듯한 초조함. 강박인가?
지난 연말에는 '연말'이라는 분위기에 휩쓸려 더 바쁜 주말을 보냈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열린 행사들이 많아 여기저기 알아보고, 찾아가고, 가족모임까지. 구분해 보면 몇 번 안 되지만 한 달에 주말이 4번인 걸 감안하면 빼곡한 일정이었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휴일을 느끼지 못하고 보내다가, 지난주 처음으로 휴식을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게임기를 켜고 두어 시간 플레이했다. 대충 짜장면을 시켜 먹고 다시 앉아 TV를 봤다. 한참 뒹굴 거리다가 오후에 잠시 도서관을 갔지만, 한두 시간 만에 돌아왔다. 밤늦게 까지 있지 않고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외출할 때 대충 저녁시간이 되면 외식을 하고 돌아와 씻고 자곤 했는데, 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니 그 후에도 하루가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꽉 차지 않은 느슨한 시간에 촉박함은 없고 여유가 느껴졌다.
그래. 여유. 내가 바라던 거다. 휴식보다 여유라는 단어가 간절했다.
요즘 들어 내게 강박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러 생각과 일들을 진행하면서 나는 생각보다 더 불안감이 많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기에 마음에 담을 작은 여유가 필요했다.
대단한 것도 필요 없고 그저 뒹굴거리는 이 소박한 시간만으로 많은 게 해소되었다. 일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 아내분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강박. (아, 마지막은 강박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복종이다.)
그동안 너무 주변을 위해 살아온 듯하다. 타인에게 보이는,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들을 위해 나 자신을 연료 삼아 태우고 있었다. 누굴 탓하겠는가. 나 혼자서 그렇게 한 걸.
그래서 더 안타깝기도 하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으니까. 이제는 조금 더 가볍게 여유를 느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