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도 속은 편하지
효니와 혀기는 아직도 나와 아내분이 양치를 해준다. 이제 7살이 된 혀기도 어린이집에서 양치를 하니까 9살 된 효니는 당연히 할 줄 안다. 아니, 할 줄 아나? 하기야 하겠지만 둘 다 '잘' 하는지는 모르겠다.
부모자식관에 성립되는 이 불신 때문에 귀찮아도 양치는 꼭 해준다.. 유치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쓰기 위한 철저한 관리. 능숙하지 못한 녀석들이 어설프게 양치하가 충치라도 생기면 안 되니까. 어차피 빠져버릴 이에 굳이 충치 치료를 해야 하나 싶은 아까운 마음도 포함이다.
효니는 치아가 약한 편이다. 어릴 때부터 치아가 녹으면서 어금니가 깨진 것처럼 파인 모습이 됐다. 이가 녹는다는 게 낯설었지만 치과에서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한다. 충치는 아니란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애매하다. 그래서 더욱 양치에 신경 쓴다. 약해빠진 이에 충치라도 생기면 답도 없을 것 같아서.
반대로 혀기는 이가 튼튼하다. 아니, 깡깡하다고 해도 좋다. 효니랑 비교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치아에 변화가 없고 고르다. 얼마나 자신 있으면 화난다고 누나를 깨물었겠는가. 생각하니 속 터지네 증말. 딱 한 번이었지만 그 일로 혀기의 치아는 대충 증명된 걸로 하자.
효니는 연륜이 차오르면서 5개의 유치가 영구치로 변했다. 크기도 크다. 좁은 지하철에 덩치 큰 사람이 비집고 들어오듯, 거대한 앞니가 존재감을 어필한다. 평생 쓸 이라고 생각하면 이해는 갔지만 유치들이 워낙 옹기종기 해서 좋아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뭐 튼튼해 보이긴 한다. 덕분에 교정을 해야 할 것도 같고... 혼돈스럽다 정말.
그렇게 7년여 시간이 지났다. 이가 자랄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습관처럼 양치를 해오다가 올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양치를 해줘야 하나?'
아. 귀찮아져서 그런 건 아니다. 효니도 이제 초등학생인데 이게 맞나 싶어 졌을 뿐이다. 아이를 양치시키는데 법적 기준이 없으니 난감하다. 2학년 때? 3학년 때? 아니면 성인이 될 때? 더 커서 결혼하게 될 때 사윗감에게 "내 딸 치실까지 꼼꼼하게 부탁하네."하고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 건가?
답이 없으니 그냥 매일 양치를 할 뿐이다. 아마도 내 계획보다는 일찍 손을 떼게 될 것 같은데, 그게 지금은 아니다. 내 마음이 그러고 싶지 않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줄어든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다.
알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또한 내가 사랑을 표현해 주는 하나의 모습이다. 음. 녀석들이 알아줄 리가 없지. 그냥 귀찮으니 잘됐다고만 생각할게 분명하다.
녀석들의 성장에 하나씩 손을 떼야한다는 게 대견하면서도 아쉽다. 빨리 좀 자랐으면 싶은데, 너무 빨리 자라서 서운하다. 이 헛헛함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아직은 좀 더 양치를 해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