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극N의 육아

참아야지. 그래도 내가 아빤데.

어긋나다

by 유가

감정조절이 힘들다. 최대한 화를 안 내고 차분히 훈육하고 싶은데, 순간순간 욱하는 울화가 치민다. 다행히 소리치진 않는다. 욕이나 나쁜 말도 않는다. 한대 팍 후려치면 속이 편할 것 같지만 손찌검도 안 한다. 최대한 젠틀하게 상황을 정리한다. 내 계획이 그렇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억지로 화를 참느라 얼굴이 화끈하게 열이 오르고 눈에 살기가 서리는 게 스스로도 느껴진다. 말은 또 어떠한가. 최대한 침착하게 대화하려 하지만 갑자기 치솟는 데시벨은 급히 입을 막아도 이미 70% 이상 올라간 상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목소리 만으로 이미 맞은 것과 다름없이 느껴질 거다.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나는 잘할 줄 알았는데.


나는 결혼하면서 '아빠처럼 안 해야지.'라고 다짐했다. 아버지가 나쁜 짓을 했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느 집과 다름없이 자식과 친해지지 못해 벽이 생겨 거리감을 두는 딱 그 정도. 그런 관계를 이미 겪은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았다.

어렸을 때에 비하면 모든 것이 순한 맛이다. 잘못하면 빗자루로 맞는 시절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아이들이 느끼는 건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기 힘든 게 제일 힘든 법이다. 자기가 잘못했어도 자기가 혼나면 서운하다. 그게 사람 마음이다. 더욱이 아이들이라면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자기감정이 더 우선된다. 내가 아무리 책을 보고 영상을 보며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공부해봤자 아이들에게 100점은 못된다.

이성과 현실이 조금씩 어긋나는 이 부분이 육아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처음에는 몇 번 참다가도 같은 문제로 계속 반복되다 보면 내가 가장 싫어했던 모습을 내가 하게 된다.


부처님도 딱 세 번 참으신다. 그에 비하면 난 이미 열반에 오르고도 남았어야 한다.

여전히 난 처음의 다짐을 새기면서 아이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한다. 처음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더 히스테릭 해졌다. 완벽히 숨겼던 감정도 쉼 없이 삐져나온다.

처음에는 모두 애들이 말 안 들어서라고 생각하며 우울증이 밀려왔다. 말만 잘 들으면 화낼 일도 없는데 말이야.

내가 왜 이렇게 변했지? 이게 다 애들 때문이야!

탓을 하고 변명을 해보지만 하나도 도움 될 게 없다. 아이들을 안 좋게 생각할수록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니까. 독이 퍼져나가듯 점점 부정의 골짜기로 찾아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그냥 내 원래 성격이라고. 나조차도 몰랐던 본성이 가식을 벗고 나온 거라 생각했다.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 원래 내 모습. 아이들이 날 변화시킨 게 아니라 내 원래 모습이 아이들에게 무섭게 드러낸 거라고.


이 또한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상처를 줬다. 내가 이렇게 나쁜 사람이었다니... 하지만 곧바로 문제의 해결책이 됐다.

아이들은 어차피 다 그렇다. 말도 안 듣고 내 맘대로 조종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비친 무서운 내 모습은 내가 바꿀 수 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 가능한 문제로 바꾸면서 모든 게 해결 됐다. 기준점만 하나 바꿨을 뿐인데 우울증도 사라졌다.


여전히 나는 화가 많다. 화가 많은 사람인 게 아니라 이 녀석들이 말을 안 듣는다. 분명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 순한 건 인정하는데, 그렇다고 화를 낼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매 순간. 모든 순간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이들이니까.


그럼에도 난 여전히 아이들에게 잘해주려 노력한다. 힘과 공포로 통제하는 게 아니라 동등한 눈높이에서 평화로 해결하길 원한다. 가능 한가 안 한가를 떠나서 '나는 그렇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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