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의 루틴
"삠 삠 삐비비~ 삠 삠 삐비비~"
아주 거슬리는 알람소리로 하루를 오픈한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아내분이 내 옆에서 주무시고 계시기 때문에 알람 첫 음과 동시에 알람을 끈다. 나의 미천한 알람이 아내분의 심기라도 건드린다면 큰일이니까. 다행히 기척은 없다. 안심하며 다시 잠을 청한다. 흥. 나도 일어나기 힘들거든! 잠에서 깨는 것과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난이도가 다르다. 나도 좀 게으르자.
대충 뒤척인다. 눈도 못 뜨고 손끝만 까딱까딱. 피로가 심할 때는 손끝으로 머리를 콕콕콕 두드린다. 두피마사지는 아니고, 다시 잠들지 않도록 뇌에 노크를 한다. 대충 잠깨려고 발악한다는 소리다.
"띠로리로리리롱~ 띠로링 띠로리롱~"
5분이 지나면 아내분의 알람이 울린다. 이때는 아내분이 알람을 끈다. 그리고 다시 주무신다. 차마 뭐라 말할 입장이 못돼서 넘어간다.
대신 나는 여유가 사라진다. 이제 진짜 일어나야 한다. 억지로 잠을 깨겠다는 선언으로 내 이불을 접는다. 그리고 효니를 깨우러 간다. 나긋하게 효니 이름을 몇 번 부르면 짜증을 내며 깬다. 가위눌릴 때 귀신 말 거는 것처럼 섬찟해서 일어나는 듯하다. 매번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어쩔 수 없다. 소금 뿌린 미꾸라지처럼 팔딱거리는 효니를 안아 식탁의자에 앉혀둔다. 아침으로는 빵이나 시리얼 중 효니의 선택에 맞게 준비해 준다. 내 건 없다. 나도 아침엔 바쁘니까.
어항에 조명을 켜고 먹이를 뿌려준 후, 이젠 내 출근준비를 해야 한다. 가볍게 모닝똥을 실패해준 후 빠르게 씻고 나온다. 그러면 안방 침대가 깨끗하게 정리돼있다. 어느새 일어난 아내분이 효니의 머리를 묶어주고 옷을 준비해 입히고 있다. 혀기는 깨우지도 않았는데 혼자 소파에 나와 누워있다. 어차피 어린이집은 더 늦게 가는데 말이야.
이때쯤 다시 한번 알람이 울린다. 이제는 집에서 나갈 시간.
"비타민 먹었어?"
"아니~"
"로션은?"
"아, 맞다!"
효니는 느긋하다. 느긋한 성격도 아니면서 이때만큼은 서두르질 않는다. 나는 급해죽겠는데...
후다닥 준비시켜 효니랑 같이 나선다. 발걸음이 가볍다. 사뿐사뿐. 선녀처럼 우아하게. 뛰어도 모자랄 판에 저러고 있다. 지각하게 생겼는데 발걸음에 초조함이 없다. 나는 걸음이 빠른 편이기 때문에 더 속 터진다.
학교 건물 앞에서 효니를 한번 안아주고 하이파이브도 한번 하고 안으로 들여보낸다. 줄 서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계단으로 꺾어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 손인사를 나누고, 출근길을 나선다.
이렇게 1년을 보냈다. 다행히 초등학교 등교시간과 출근시간이 얼추 맞아서. 어린이집 다닐 때는 해주지 못한 호사를 누리는 중이다.
그래. 호사다. 고생이 아닌 호사. 아이가 가는 길을 함께 해줄 수 있다는 이 기쁨은 분명 내가 누리는 호사다. 언제까지 함께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오랫동안 이 길을 함께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