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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Mar 10. 2023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어

벽이 높다. 차곡차곡 마음의 벽돌로 쌓은 벽. 튼튼한 집이 되어야 하는데 튼튼한 감옥이 되고 있다. 이게 다 참는 성격 때문이다. 


나는 불화를 싫어한다. 제법 눈치가 있어서 상대의 기분을 빨리 파악하고 불편함이 감지되면 다른 길로 돌아간다. 그래서 내 주변은 대부분 평화롭다. 손쓸 수 없는 일이나 제3의 문제가 아닌 이상 감정 상할 일은 없다. 야호- 평화최고!


그런데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다. 상대의 감정을 눈치챈 시점에서 부정한 감정들이 내 속에 기록된다. 모두의 평화를 위해 '내가 참으면 돼.'라는 생각으로 감정쓰레기통을 자처한다. 아무도 날 공격하지 않는데 상처가 늘어간다. 나참, 세상에 이렇게나 불쌍한 사람이 있다니.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야 할 나 자신이 가장 치명적인 빌런이다.

 다들 행복해. 나만 불행해.

주변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금방 훌훌 털고 지내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궁상인가 싶다.


이런 나 자신에 대해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나도. 나도."라는 말이 오간다. 의심을 해본다. 

이 사람이? 왜? 다른 사람은 그럴 리 없는데. 나만 이렇게 속이 검게 타버린 사람인데... 

그런데 아니더라. 다 똑같더라. 나 같은 사람도, 나와 다른 사람도, 제각각의 고민을 품고 사는 사람이 널려있더라. 


내심 다행이다 싶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싶어서.

천성이 이런 성격이라 상처를 안 받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걸 깊게 생각하고 상처를 키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힘든 것도 인정을 하고 공감을 하니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 마음속에 뚫려있던 구멍도 아물어간다. 

괜찮다고, 힘내라고, 그런 말들이 아닌데 오히려 치유된다. 


어쩌면 외로웠나 보다. 홀로 무거운 벽돌짐을 들쳐 메고 세상을 걸어가야 할까 봐. 그런데 다들 같은 짐을 메고 있다. 그리고 공유한 순간 내 짐을 나눠서 함께 메고 간다. 

그동안 왜 무식하게 혼자 다 짊어지려 했는지 원...

이제는 내 벽돌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줄 수 있도록 마음을 꺼내어 보여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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