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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Mar 08. 2023


들 입. 봄 춘. 봄이 시작된 지도 한참이다. 따스함속에 생명을 품은 새싹이 만연한 계절. 분명 내 머릿속 봄은 그러한데 현실은 갭이 크다. 애매하게 큰 일교차 때문에 아침에 출근하는 나는 두터운 옷으로 시작해 한낮동안 어정쩡한 더위를 버텨낸다. 아침에 옷장 속 옷들을 보는게 제일 고민스럽다. 이걸 입긴 오버 같고, 이걸 입긴 너무 이르고. 입자니 덮고... 벗자니 춥고... 


그런데 최근 며칠 기온이 제법 올랐다. 아침에도 적당한 외투를 입고 충분히 버틸 만 해졌다. 낮에는 바람이 불어도 제법 춥다는 느낌도 가실정도까지 됐다.

오늘은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가 햇빛을 정통으로 맞았다. 따뜻함. 따스함이라고 말하기엔 좀 더 열기가 느껴지는 정도의 온도였다. 불어오는 바람도 더 이상 차갑지 않고 어딘가 공장에서 삐져나온 바람마냥 미온풍이 훑고 간다. 도시의 퀘퀘한 공기인지 봄의 따스한 공기인지 아직 결단이 서질 않는다.


진작 봄이지만 여전히 추웠던 탓에 삭막함을 눈과 마음에 담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괜한 기대감이 차오른다. 

나무에 맺힌 작은 싹. 벚꽃나무에 망울들이 송송송 전투태세다. 아침에 보니 성질급한 몇몇녀석들은 이미 하얀 치마를 넓게 펼쳤다. 곧 하얗게 터져 나옴에 맞춰 세상이 연둣빛, 초록빛으로 차오를 테지. 

진짜 봄이다. 입춘이 지나고 한 달여 만에 느끼는 진짜 봄. 생각보다 좀 늦은 감이 있다. 


누군가는 내게 봄은 치열하고 힘겨운 계절이라 했다. 세상을 가득 채운 새싹들이 저마다 경쟁하듯 내가먼저 내가먼저 싹을 틔우고 꽃을 펴내며 자신의 화려함을 어필하기위한 경쟁과 투쟁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나는 봄이 조금 더  가볍고 산뜻했으면 한다. 조금 더 선명하고, 조금 더 가벼워지며, 조금 더 산뜻하고, 조금 더 발랄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봄과 가을의 옷은 제법 비슷한 두께를 갖고있다. 하지만 그 색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갈색빝에 어두운빛으로 제법 묵직한 가을색과는 달리, 좀 더 선명하고 상쾌한 청자켓 같은 색이 봄이라고 생각한다. 새내기들의 상큼함과 설렘과 같은 조금은 들뜬 그런 기분. 그러한 분위기에 맞춰 설렘을 동력삼아 무언가를 마음먹고 시도하기 좋은 계절인 것 같다.

번아웃처럼 잠겨있던 세상을 깨고 앨범 가득 채워 넣을 싱그러움의 계절.

내 몸에도, 내 정신에도, 나 자신에게도 봄이 찾아옴을 느끼고 삭막했던 것들을 선명히 터뜨릴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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