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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Mar 06. 2023

버티는 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는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서였다. 무엇이든 '꾸준히' 할 수 있다면 분명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거라고 믿었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잊고 지냈던 기억들을 탐색하는 재미가 있었다. 

별거 아니었던 일상들이 특별해지고, 삶이 흔들릴 만한 큰 사건이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처럼 별거 아니게 됐다. 다른 시간 위에서 바라본 사건들은 모두 그때와 다른 시선으로 뜻을 찾게 만들었다.


글이 쌓여갈수록 나는 더 많이 자신과 마주했다.

내가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 그때 했어야 했던 것들. 내가 고쳐야 할 점, 반성해야 할 점들에 집중하게 됐다. 

자기개발의 색이 묻어있던 내 머릿속은 잘못을 이해하고 고쳐나가야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하나 둘, 계속해서 부정적인 부분과 마주했다. 


그러면서 나는 온갖 잘못과 무능함을 뒤집어쓴 사람이 됐다. 과거의 나는 더없이 부족한 존재였고, 그때로부터 크게 나아지지 않은 지금도 여전히 못난 존재였다. 나를 바꾸기 위해 끄집어낸 것들이 나를 더 깊게 침식해 들어갔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나는 점점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들어갔다. 


처음엔 단순히 글쓰기에 슬럼프가 왔다고 생각했다. 뭘 써도 마음에 안 들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불편함을 느꼈다. 

그래. 불편함이다. 불안감이 아니라 불편함이었다. 분명 이 전에 마음에 들었던 글과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는데도 계속 잘못 쓰고 있다는 생각이 덮쳐 들었다.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흐름을 온몸이 거부하는 느낌. 

자꾸 잘못된 길을 향하는 기분이 손을 더디게 만들었다.


책을 읽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긁어모아서.

영화를 봤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영감을 줄 것 같아서.

노래 가사를 살폈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엔 좋은 이야기가 박혀있을 것 같아서.

모임을 나갔다. 나를 이끌어 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결과적으로 별 소득이 없었다. 좋은 인풋을 쌓았지만 결국 내 안에서 나오는 아웃풋은 오염된 구정물이었다.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글을 쓸수록 자존감을 깎아먹는 아이러니에 갇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저런 노력들로 인해 글쓰기 자체를 놓지는 않은 점이다. 그게 작은 불씨가 됐다.

'결과가 어떻던, 나는 여전히 노력을 하고 있어.'

내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무언가를 이루고 있었다. 세상을 뒤흔들 업적은 아니지만, 작게나마 나는 꿈틀댔다. 그 작은 흔들림이 나비효과가 되어 마음속에 바람을 불어줬다.

더는 실패가 좌절감을 주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를 좀 더 칭찬해주기로 했다.


잘못을 메우기보다는 잘한 점을 부각하고, 최대한 밝은 빛에 물들기 위해 사소한 것까지 칭찬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먹구름 낀 것 같던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글도 더 쉽게 나오고 분위기 자체도 밝아졌다. 사람들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 자신감이 생겼다. 눈덩이를 굴려 키우듯 긍정이 점점 늘어났다.


물론 모든 순간 완벽한 건 아니다. 세상만사가 그리 평탄하지 않거늘 어찌 한 방향만 있을까. 지금도 글을 쓰다가 멘털이 터질 때가 종종 있다. 아니, 많다. 하지만 더 이상 슬럼프를 핑계로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은 망했다- 내일은 잘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긴다.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마인드가 열렸다. 내가 생각했던 방식은 아니지만 어쨌건 자기계발에 성공한 것 같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지 않나. 앞으로 무한 긍정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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