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내고 말거니까
혀기는 친구들에 비해 말이 느리다. 어린이집 초반에는 친구들이 애기취급하며 놀아주지 않아 많이 속상해했다. 부모로서 걱정이 컸다.
시기별 발단의 기준은 이미 효니가 되었기에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말이 빨랐던 효니가 술술술 문장을 말할 때, 말이 느린 혀기는 단어 하나씩 뱉는 수준이었다. 주변에 혀기랑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은 언어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하는 바람에 더 초초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할 거야. 천천히 기다려 주자."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혀기를 부르면 반응하는가? 그렇다.
-혀기가 말을 하는가? 뭔 소린지는 몰라도 입을 쉬지 않는다.
-혀기가 시킨 일을 행동하는가? 다행히 말은 잘 듣는다.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혀기에게 시간만 준다면 잘 해낼 거라고 믿었다. 장애가 있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니까. 저렇게 쫑알거리는데 답답하면 자기도 말을 할 테지.
조급한 건 어른들 뿐이다. 당사자는 별생각 없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제법 말이 늘었다. 여전히 발음이 조금 부족하지만 말은 잘한다. 어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언어를 이용해 최대한 돌려 막기 한다. 가끔 저런 말은 또 어디서 듣고 배웠나 싶은데, 아마 높은 확률로 효니를 의심하고 있다.
여전히 미숙한 혀기가 영어를 말한다. 한글도 숫자도 잘 모르면서. 다른 아이들보다는 느릴지 몰라도 스스로 확실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순서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주면 한글도 숫자도 다 알 테지.
조금 더 기다려주자. 욕심을 내려놓고 혀기의 노력을 응원하고 성장을 칭찬해 주자. 길을 잃고 절벽으로 향하지만 않는다면 천천히 함께 주변을 돌아보며 함께 걸어갈 것이다.
그래도 역시 공부는 좀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