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극N의 육아

몸에 열이 많아도 감기엔 걸린다

아들아, 이불 좀 덮어라!

by 유가

혀기는 아내분을 닮아 몸에 열이 많다. 몸을 만져보면 뜨뜻해서 산 사람 같다. 날 닮아 손발이 찬 효니는 산송장인가 싶을 정도로 손발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오는 데, 혀기는 요즘같이 추운 날 손잡고 걸을 맛이 난다. 핫팩 대용으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몸에 열이 많은 것 치고는 냉기 저항력이 상당히 약하다. 잠만 자고 나면 콜록거리니 신경을 안쓸 수가 없다.

추위를 잘 타는 효니는 이불을 돌돌 싸매고 자는데, 혀기는 조금만 열이 느껴져도 죄다 차버린다. 잠버릇은 또 얼마나 고약한지, 엎어져서 자고, 죄다 차버리고 자고, 뒤집어져서 자고, 코 골고, 이 갈고... 두 팔은 만세자세로 들어 올리고 두 발은 이불킥으로 다 날려버린 상태로 아무렇게나 뻗어둔다. 어린이집 다니는 애를 보면서 벌써 미래의 며느리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게 정상인 건지 걱정이다.


문제는 자다가 깨는 일도 거의 없다. 내가 자다가 깰 때마다 찾아가 보면 어김없이 덮는 이불을 깔고 버라이어티 한 자세를 하고 있다. 옷소매까지 걷어재껴 팔다리까지 다 내놓은 상태다. 만져보면 얼음장이다. 효니보다 더 차갑다. 밤새 까놓고 자니 아무리 열이 많은 혀기라도 몸이 차게 식는다.

이만큼이면 으슬으슬해서라도 깰 만 한데 세상모르고 잔다.


가습기를 틀어놔도 콜록이고, 이물을 꽁꽁 싸매고 와도 콜록 인다. 보일러를 조금 더 올렸다간 이불차기만 더 심해질 뿐이다. 심지어 덥다고 짜증 내면서 아예 잠을 못 잔다. 까탈이 풍년이다 증말.


그래서 늘 자기 전에 목에 손수건을 묶어준다. 얼마나 효과가 있겠나 싶겠지만, 음... 맞다. 별 효과 없다. 작은 천 쪼가리 하나로는 효기 목을 지켜주지 못한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마음으로 미신처럼 묶는다.

그리고 잠결에 깰 때마다 애들 방에 찾아와 이불을 확인하고 간다. 신경 쓰여서 평소보다 자주 깬다. 혀기를 자주 살필 수 있는 건 좋지만 피로가 계속 쌓인다. 혀기 목을 지킬수록 내 몸이 골병이다.


잠들기 전에 항상 이불 꼭 덮고 자라고 말해준다. 세뇌하듯 계속 주입시켜 주면 무의식적으로 혀기가 이불을 챙길 거라고 생각해서다.

결과는 절반 성공이다. 이불을 덮어야 한다는 암시가 강해지다 보니 잠에서 깨서 이불을 챙기는 횟수가 늘어났다. 문제는 내가 많이 깬다는 것. 신경 많이 쓰는 J형 성격 탓인지 나만 더 예민해지고 잠을 설친다. 혀기는 여전히 세상모르고 숙면이다. 가끔 살아있는 거 맞나 의심하고 코 밑에 손가락을 대보기도 한다. 용케 살아는 있다.


완전 아기 때야 우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재워주고, 달래주고, 온갖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밤에 못 자는 건 이해하지만, 이렇게 커서까지 잠을 돌봐야 한다니... 가끔은 현타가 온다. 잘못된 건 아니지만, 육퇴(육아퇴근)를 할 수 없는 건 조금 서글프다.


백발노인이 돼도 자기 자식은 언제나 아기 같다고 하던데, 나도 그렇게 애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애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성격이 끝없는 육아를 시킬 것 같다. 벌써부터 그런 고민을 하기엔 애들이 많이 어리긴 하지만, 눈에 보일듯한 미래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내 새끼들 아픈 것보단 내 몸이 아픈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게 부모 마음인가 보다. 애들이 얼마나 느낄런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정도는 느껴주면 좋겠다.

음... 혀기는 잠들어있으니 모르겠구나. 오늘부터는 이불 덮어주면서 슬쩍슬쩍 깨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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