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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Apr 20. 2023

태생적 귀요미들의 육아

혀기는 애교가 많다. 어릴 때부터 귀엽단 소리를 많이 들어서일까? 스스로 귀여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우리 혀기 멋지네"하면 "아니야! 귀여운 거야!"라고 받아친다. 그래. 아주 잘나셨다.

효니랑 역할 놀이를 할 때면 아기나 애완동물 역할을 자처한다. 네발로 집안 곳곳을 기어 다니며 손등을 핥는 시늉을 한다. 최소한 사람 역할을 해주면 좋으련만... 효니의 태권도 띠를 목줄처럼 걸고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 해진다. 


혀기는 억지로 귀여운 척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귀엽다. 지금껏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 한 명을 말한 적이 없는데, 온갖 꼬드김을 부려도 끝까지 "둘 다!"라고 대답한다. "우혁이 귀엽네"라고 말하면 "아빠는 멋지고, 엄마는 이쁘고, 누나도 이뻐!"라고 한다. 다른 누군가가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봐라. 혀기의 귀여움은 태생적인 거다. 날 닮은 게 틀림없다.


효니는 어떤지 모르겠다. 귀여운 건지, 이쁜 건지... 확실한 건 '미스터리'라는 거다. 밥 먹다가도 앉아서 태권도를 하고, 하루종일 입이 멈추는 때가 없으며, 툭하면 혀기에게 제로투를 가르친다. 착한 것도 확실한데 미스터리함에 가려지는 것 같다. 날 닮아 극 N인 모양다.


잘 때는 각자 침대에서 잔다. 혀기는 1층. 효니는 2층. 2층 침대다.

그런데 침대에 누우라고 하면 한 번에 듣질 않는다. 2층 투숙객분은 말을 잘 듣는데 1층 투숙객은 툭하면 자리를 이탈한다. 갑자기 물을 마셔야겠다고 일어나고 쉬하고 와야 한다고 돌아다닌다. 다 끝나면 효니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간다. 누나 잘 자라고 안아주고 뽀뽀해야 한단다. 1층에서 기다리는 나는 또 한숨을 뱉으며 기다린다. 우당탕 소리가 난다. 곧바로 내려오지 않고 또 난리다. 대체 뭐 하나 싶어 보면 둘이 레슬링이다. 아니, 자라고 했더니 뭘 또 우당탕 거리고 있담. 장난 그만치고 내려오라고 하면 뽀뽀해야 해서 못 내려온단다. 상황을 보니 혀기는 뽀뽀하겠다고 잡아끌고 효니는 하기 싫다고 밀어내고 있다. 그래. 징그러울 만도 하지. 그것이 남매의 도리니까.


나는 부모라고 자기 자식 이뻐하는 주책바가지를 싫어한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봐도 효니, 혀기는 귀엽다.

나는 아이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효니를 처음 갖었을 때 못생기게 태어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혹시나 내 자식이더라도 더 정을 못 붙일 것 같아서... 다행히 인물이 좋다. 성격도 좋다. 역시 날 닮은 게 틀림없다. 속 터지는 일이 한두 개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선한 녀석들이어서 고맙다.


외동인 나는 잘 모른다. 늘 서로를 위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로망만 가득 할 뿐. 현실남매라고하는 극상성의 관계는 피했으면 좋겠다. 겪어보질 않아서 가능 한지는 모르겠지만 노력 해야지 뭐... 지금까지는 잘 지내고 있다. 커서도 항상 이런 마음이면 좋겠다. 부디 중2병도 무사히 넘기고...


아이들이 잘 커주는 것만큼 부모에게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태생적으로 올바른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부모가 함께하고 바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성질머리대로 막 키워놓고 애들이 착하기만 바라는 건 너무 염치없으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 성적이 잘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데, 끝없이 배운다는 마음으로 육아에 임하는 게 조금은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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