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의정부엔 각각의 콘셉트를 가진 큰 도서관들이 있다. 서울에도 대표되는 큼직한 도서관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땅 크기가 작은 의정부에 여기저기 모여있으니 도서관에 대한 감상이 다르다.
'와! 이 도서관 좋다!' 보다는 '와! 진짜 의정부는 책 읽기 좋다!'라는 마음이다.
글을 좋아하는 만큼 책을 좋아하는 나에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대견하게도 애들 역시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한다. 사실 책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더 크다.
의정부 도서관은 이름에 맞춰 각각의 콘셉트와 활동이 있다. 음악도서관에선 음악을 감상하는 청음실이 있고, 미술도서관에는 작은 미술전시관과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체험실이 있고, 어린이 도서관은 키즈카페처럼 놀이활동구역이 있으며, 과학도서관은 작은 과학체험실과 함께 4D 롤러코스터체험(3D영상을 보며 의자가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무료! 어지간하면 키즈카페에 갈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과학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나는 도서관 디자인이나 책구성이나 미술도서관이 더 마음에 드는데, 애들은 그저 놀게 많으면 장땡인 모양이다. 너무 당연한가?
4D 체험활동은 매시 정각에 1번씩 2종류의 영상이 있다. 대충 두 시간만 버티면 애들은 할 거 다 하고 본전 뽑는단 소리다.(어차피 무료지만.)
방치해 두면 한없이 이곳에만 머물테니 억지로 책 구역에 데려온다. 책과 친해지려면 계속 그 환경을 접해야지. 어차피 내버려두어도 책을 좋아하는 녀석들이다.
호기심이 많은 효니는 글자를 깨우치면서부터 스스로 읽을 수 있는 글자들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했다. 학교 도서관에서도 꼭 책을 한 무더기 빌려와 무거운 봇짐을 짊어지며 학교를 다닌다.
그렇게 가족들이 책 읽는 모습을 봐온 탓인지, 글자를 모르는 혀기도 어디선가 책을 가져온다. 당연히 그림 한 가득한 책이다. 동물이나 곤충이 가득한 책을 가져와 다 읽고 나서는 꼭 대출까지 해간다. 이미 다 읽은 건데 왜 굳이 가져가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빌려준다. 어차피 집에 오면 안 읽지만...
도서관을 다니면서 가장 놀라운 건 어린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어릴 적 내가 떠올린 도서관의 이미지는 도통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이다. 공부하는 녀석들이나 가서 두껍고 머리 아픈 책을 보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어린애들이야 부모님이 데려오니 어쩔 수 없이(?) 왔을 테고, 어른들은 자기개발서나 에세이, 전문서적 등등 내면이 아닌 외부의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충분히 올 법하다.
그런데 부모님도 없이 친구랑 손잡고 주말에 도서관에 오는 광경은 몹시 낯설다. 이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하고 바람직한 모습이란 말인가. 어쩌다 들어와 본 게 아니다. 딱 보면 도서관에 익숙한 티가 난다. 요즘 애들은 폰 만지고 게임하느라 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생각보다 오래 있는다. 그 자체가 굉장히 좋고 이뻐 보인다.
도서관은 훨씬 다양한 세상이 응축되어 누가에게나 열린 곳이다. 효니, 효기도 나중에 같이 손잡고 도서관을 오는 상상을 해본다. 상상만으로도 뿌듯하다. 물론 현실남매의 모습은 내 상상과 꽤나 이질감이 있겠지만, 허황된 망상은 아니라 생각한다.
좋은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경험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이 좋은 환경을 알고 경험함이 아이들에게 쌓여 빛을 발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