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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Jan 27. 2023

INFJ의 참을성

선의의 옹호자

어떤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몇 가지 MBTI로 구분 짓는 게 옳지 않다고 한다. 동의한다. 사람이 몇 명인데 딱 정리하고 분류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분명 설명에 맞아떨어지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마치 나처럼...


선의의 옹호자 INFJ. 나는 내 MBTI에 굉장히 긍정한다. 누가 날 보고서 썼나? 나라는 존재에 대한 설명서를 만들어놓은 듯한 느낌이다. 남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줄 때 참고자료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다. 인프제가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만 간직하는 부분까지 완벽하게 파악했다.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을 딱 하나 꼽자면 불화를 싫어한다는 부분이다. 어지간하면 다 참는다. 도를 넘어도 이왕이면 참는다. 원래 잘 참는 사람이 한번 터지면 더 무섭다는데, 그것마저 참는다. 한계를 넘어야 터질 텐데 스스로도 한계선이 어딘지 몰라서 일단 참는다. 


그런 상상을 해본다. 진짜로 내가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 극N의 능력을 활용하여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닥터스트레인지가 타노스를 무찌를 단 하나의 평행우주를 찾아낸 것처럼... 하지만 실행할 수 없다. 상상한 것들을 실행한다면 아마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을 거다. 

나에게 적당한 복수란 없다. 할 거라면 제대로 해야지. 복수가 또 다를 복수를 낳지 못하도록 한 번에 끝장을 봐야 한다. 그래. 막장이다. 그래서 참는 거다. 화낼 줄 몰라서가 아니라, 나 자신도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참는 거다.

결국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를 홀로 감내한다. 참 비효율적인 성격이다. 주변인들에겐 좋지만 스스로에게는 더없이 잔혹한 방법이다.


물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대처방안도 있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 미리 연결을 끊는 거다. 

INFJ는 눈치가 빠르다고 한다. 적극 동감한다. 특히 사람 기분 파악하는 데에서는 도가 텄다고 할 수 있다. '아니던데?'라는 생각은 도로 집어넣어라. 인프제에겐 내가 눈치챘다는 걸 타인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이상한 특징이 있다. 이중스파이급의 은신능력. 이미 다 알고 있다. 모른 척할 뿐. 

그래서 미리 불화를 피한다.


사람 성향을 미리 파악하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거리를 좁히기 어렵다. 결이 다른 사람이라면 괜찮다. 성격은 각자의 개성이니까. 나와 다르다고 싫어하진 않지만, 나에게 공격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감당할 수 없다. 평화제일. 평화 만세다.


몇몇 사람들은 내가 포용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저런 사람도 봐주네'라며 대단하다고 한다.

아니다. 내게 피해가 없으니 놔두는 것뿐, 타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성인군자는 아니다. 

예전에는 위험요소를 다 잘라냈다. 결국 남는 사람이 없다. 사람이라는 게 한결같을 수 없는데 평생에 불화 한 번 없을까. 그걸 다 정리하다 보니 남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실제로 피해가 드러나는 때까지 기다린다. 내 마음에 안 들어도 직접적인 공격이 없다면 참는다. 그러니 주변에서 보기엔 부처처럼 인자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선의의 옹호자라는 말이 다시 보인다. 세상을 선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는, 선한 세상을 찾아가길 원하는 선의의 추종자에 가깝다. 불화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의 고민도 잘 들어주고 해결에도 적극 힘을 쓴다. 지금까지는 남을 돕기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편안하기 위해 주변의 불을 끄고 다녔던 것 같다. 

평화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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