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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Feb 02. 2023

태생적 수면장애

깊은 잠은 불가능.

잠이 보약이다. 그런데 보약도 급히 먹으면 체할 수 있다. 잠 한번 잤을 뿐인데 몸의 절반이 아작 났다. 담이다. 고개도 못돌리겠고 몸을 움직이는것도 고통스럽다. 이 몸뚱이를 가지고 살 날이 더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삐걱거리니 걱정이다.

담이 걸리는 건 한두 번씩 거쳐가는 헤프닝으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증상이 없어도 '잠'은 내게 고문이다.

피곤해서 자는 잠인데, 자고 나면 더 피곤하다. 항상 그렇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항상 꿈을 꾼다. 내 기억이 닫는 시점을 기준으로 잡아보면,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꿈을 안 꾸고 잠들어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이전에 꾼 꿈 중 강렬했던 거 몇 개도 기억하는 걸 보면, 훨씬 어릴 때부터 나는 꿈을 꾼 것 같다.  깊이 자질 못하니 피곤하고. 피곤하 또 졸린데 그래도 또 깊이 못 자고... 딜레마다.


자는 게 재미는 있다. 자각몽은 아니지만 항상 선명한 꿈을 꾸기 때문에 기대되기까지 하는 지경이다. 보통 전쟁이나 귀신, 좀비에 쫓기는 꿈이 많은 편인데, 무섭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잠이 얕으니 자주 깨기도 한다. 잡생각이 많아서 한 번 깨면 다시 못 잔다. 꿈이 선명하니 그 꿈을 복기하거나 이어지는 내용을 망상하는데, 그럴수록 뇌는 점점 말똥말똥해진다. 진짜 잠 자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다.


육체도 문제다. 자다 보면 허리가 뻐근하고, 목도 뻐근하고, 어딘가는 불편하다. 침대를 바꾸고, 베개를 바꾸고, 이불도 바꾸고, 별 시도를 다해봐도 최적의 수면자세가 안 나온다. 처음 며칠은 나아지는가 싶은데, 며칠 지나고 적응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특히 베개는 솜에 숨이 죽기시작하면 어김없이 담이온다. 지금 담에 걸린 것도 며칠째 베개가 불편하다 싶던 전조의 결과물이다. 

이미 이불장 안에 내 베개만 9개나 봉인되어 있다. 빵빵한 솜베개도 써보고, 호텔에서 사용한다는 구스베게도 사용해보고, 목에 좋다는 경추베게도 써보고, 라텍스에 메모리폼까지... 온갖 종류로 갈아타봐도 만족스럽지 않다. 다음 목표는 시골 이불장에 필수로 자리잡고있는 콩베개를 사볼까 한다. 어릴때는 콩베게가 높고 딱딱해서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 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이다.

나이가 든다는 걸 이런데서 체감하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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