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thless

by 유미미

나를 집에 바래다 주는 이들. 두 남자와 나는 작은 세단을 타고 밤길을 운전한다. 차창밖으로 노란 벽의 커다란 교회가 보인다.


아, 이제 분당이네. 거의 다 왔어요.


내가 작게 외친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늦은 밤 갑자기 익숙한 풍경이 나타날 때의 그 기분. 이제 차에서 내려야 한다는 아쉬움이 반가움보다 크다. 내리기 싫어. 운전석의 안경쓴 남자가 뒷자리로 고개를 돌려 기분좋게 미소짓는데 그 미소는 흐릿하며 다정하다. 나는 다른 한 남자에게 기대고 있다. 그는 앞을 보고 있고 역시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나는 그의 옆구리에 몸을 파묻으며 얼굴을 올려다본다. 그의 옆모습이 달빛에 희게 빛난다. 요람과도 같은, 집까지 나를 바래다 주는 이들. 나는 가라앉는다. 녹아 스며든다. 나는 언제까지라도 가라앉을 것이다. 당신들이 나를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더 많이 기억하는 쪽이 지는거야. 다른 사람들은 늘 내 기억력을 놀라워하곤 했지만 그것은 곧 나의 패배를 의미했다.


그들은 나의 납치범이자 보호자이다. 나는 안락하고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끼며 뒷자리에 실려서 간다.

흔들흔들. 꼭 김치통 안의 숙성 김치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주변은 온통 어둠과 간헐적인 가로등. 도로 위에는 이 차밖에 없다. 우리는 촛불 대신 헤드라이트를 가지고 간다. 우리의 차는 이 큰 어둠속에, 얼마나 귀엽도록 보잘것없어 보일것인가? 어느새 덩쿨이 이리저리 얽힌 벽돌담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여기는 내 집 바로 앞이다. 내리기가 두려울 정도로 너무나 익숙한 풍경. 내가 보았던 풍경은 그것이 마지막이다. 여러분은 나보다 더 나를 많이 기억해줘요. 나는 당신들을 기억하지 않을테니까. 안녕!


그 다음은? 남은 것은 감각이었다. 그 상태 그대로 난 따뜻하게 싸여있었다. 누군가의 품에 나는 담가져있다. 따뜻한 공기에 나는 졸음이 밀려왔다. 몽롱한 움직임 속에 눈을 반쯤 뜨니 사방이 노란색으로 칠해진 방 안에 나는 누워 있다. 바로 옆엔 키가 큰 남자가 옆으로 누워서 싱글싱글 웃고 있다. 내 친구가 말한다 안돼 KJ 그 애는 소문난 바람둥이야! 그래 고마워.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 남자는 팔을 내게로 뻗어 내 손을 자기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댄다. 파랗고 굵은 핏줄위의 맥박이 너무 선명해 나는 소스라친다. 나는 그가 바람둥이건 말건 그에게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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