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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의 글

아크릴 물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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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아크릴 물감은 유화 물감과 다르게 정말 금세 마른다. 그래서 번거롭더라도 조금씩 짜서 쓰는 것이 좋다. 건조 시간을 지연시켜 주는 미디엄인 ‘리타더’를 사용하기도 한다. 소묘는 하다 말고 호기롭게 아크릴 물감을 사기는 했는데. 나의 결심, 마르지 않을 수 있을까?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던 2024년이었다. 나의 시간은 걷다가 빠르게 뛰기를 반복하였다. 2025년이 되어서도 1월만큼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새해가 되면 반질거리는 다이어리에 목표나 다짐 같은 것을 써 내려가기 마련이었는데. 2025년은 그런 것도 없이 한 달이 숭덩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 운동하기, 영어공부 따위를 늘어놓는 일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일까.



기다란 연휴의 하루는 나를 기어코 책상 앞에 앉혔다. 무심코 2B 연필을 손에 들고서 깎아나가기 시작한다. 선을 쓰기에 알맞은 정도로 다듬어지는 연필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연필 하나 깎는 데에도 이렇게 공을 들여야 한다니.’ 정말 그렇다. 진한 연필일수록 물러서 칼끝에 힘을 정교하게 주어야 한다. 방심하는 순간 연필 끝은 맥없이 부러지고,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한 해는 나에게 연필 깎기 같은 것이었다. 힘만 잔뜩 들어간 요령 없는 연필 깎기 말이다. 정작 그림은 시작도 못한 채 애꿎은 연필만 몇 자루 소모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아크릴 물감을 샀다. 화풍은 다양하고 그림에 정답은 없으므로. 목표나 다짐 대신 아크릴 물감 잘 쓰는 방법을 적어본다. 내가 지향하는 태도와도 닮아있다.



팔레트와 아크릴 물감



아크릴 물감 사용 방법

1. 24색이면 충분하다. 흰색을 대용량으로 준비한다.

2. 모델링 페이스트 등 다양한 미디엄을 활용한다.

3. 물감과 붓을 철저히 관리한다.






아무래도 다짐을 한 줄 추가해야겠다. 올해는 무엇이든 그려보고 싶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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