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상으로 살펴본 자기 돌봄(Self Care)과 마음챙김
몇년 전, 스스로를 돌보는 시스템이 전혀 없던 시기가 있었다. 어딘가 잘못 되었다고 느꼈지만 딱히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참고 참던 마음은 한계라고 계속 신호를 보냈고, 그 신호는 신체 증상으로 발현됐다. 불쑥 화가 나고 이유 없이 얼굴이 뜨거워졌다. 동시에 입맛이 없어서 밥을 못 먹었고, 당연히 살도 쭉쭉 빠졌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다이어트를 멈추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전혀 살을 빼고 있지 않았다.
20대 초반엔 '내 정신력으로 견딜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나는 강하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을 해치웠다. 그리고 나는 내 하드웨어가 매우 튼튼한 줄 알았다. 그것은 정말 큰 착각이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건강하지 못했고, 스트레스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았다. 몸은 몸대로 아프고, 감정과 정신도 갈대처럼 흔들렸다. 문제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자극적인 방식으로 단기적인 해소만을 해나갔다. 입맛이 없으니 주기적으로 매운 음식을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고, 불면증이 심한 밤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빠져 지내는 식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비단 나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전 세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가 되었다. 동시에 자신의 삶과 건강을 돌아보고 상태를 자각하는 시간도 되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마음을 바라보는 지 궁금하다.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지, 그리고 어떻게 챙겨가고 있는지. 난 적색 경보등을 확인한 직후로 시스템을 하나씩 구축하여 이제는 마음 컨트롤 타워에 기둥과 비를 막을 수 있는 지붕 정도는 세운 것 같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음주와 야식과 같은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을 말하면 신기하다는 반응이 주로 돌아오니 말이다.
그러나 앞선 방법은 해소가 아니라 유예다.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상태를 회피하고 잠시 잊는 행위다. 그리고 ‘스스로 돌보는 힘’을 기르고 싶어하는 마음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욕구로 보인다. 우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유행과 콘텐츠가 그 욕구를 보여준다.
작년 여름 바디 프로필 열풍이 불었다. 펜데믹의 장기화로 잉여 시간을 자기 계발로 채우는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운동에 대한 관심 또한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필라테스, 크로스핏, 클라이밍과 같은 운동들이 대중적인 종목으로 자리 잡고, 헬스와 요가는 '기본중의 기본' 인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그 정도로 한국은 20-21년도를 기점으로 운동에 진심인 나라가 됐다. 여름을 위한 단기 프로젝트에 불과했던 운동은 코로나 시국을 계기로 ‘건강한 몸을 위한 장기적인 루틴’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이는 기록과 과시, 자기 계발 욕구 등 복합적인 요인과 결합하여 바디 프로필을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이끌었다.
여전히 운동과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동시에 힐링 콘텐츠와 상품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유튜브에서는 ASMR 콘텐츠의 시청이 대폭 증가했다. 자연소리, 명상음악뿐 아니라 불면증과 관련한 백색소음 오디오 등 관련한 콘텐츠들의 조회수가 늘었다. 슬라임, 팝잇, 스피너와 같은 장난감이 유행하기도 했다.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았던 이 장난감들은 불안 관련 소비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들을 이용하면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어 감각이 한 곳에 집중되기 때문에 멍때리기처럼 생각을 멈추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에게 그 장난감을 왜 갖고 노냐고 물었을 때, '손이 심심할 때 만지기 좋다', '(팝잇을) 누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와 같은 답변을 주로 받았다.
‘멍때림’ 키워드가 콘텐츠화 되어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어항을 보며 물멍을 때리는 연예인의 삶이 소개되기도 하고, 불멍을 위해 주말 캠핑을 가는 모습들이 뉴스에 등장하기도 했다. EBS에서는 일상의 순간을 원테이크로 찍어 내보내는 ‘가만히 10분 멍때림’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불멍을 위한 난로와 페이크 벽난로, 물멍을 하는 느낌을 내는 무드등과 같은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나아가 불이 타오르는 모습, 호숫가의 풍경 등 일상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자연의 풍경을 빔프로젝트를 사용해 벽에 쏘는 '페이크 윈도우(Fake Window)' 감상도 유행했다.
OSV (Oddly Satisfying Video)가 유튜브 콘텐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기도 했다. OSV는 이상하게 만족감을 주는 영상이라는 뜻으로 모래로 만들어진 물체를 서걱거리며 자르거나, 정확히 정해진 위치에 무언가를 명중시키는 등 보는 이로 하여금 희열을 느끼게 하는 소리나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침대 브랜드 ACE가 OSV 컨셉을 활용해 만든 광고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유행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쳐있는 마음을 쉬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유행의 흐름은 우리 사회가 정신적 휴식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트레스 관리는 다른 말로 ‘자기 돌봄 (Self Care)’, ‘멘탈 관리’, ‘마음챙김’ 이라는 키워드로 자리 잡으며 앞으로 더 자주 쓰일 개념으로, 운동과 같은 자기관리의 일부로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몸의 근육을 키워봤다면 이제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할 때다. 전 세계인들이 고난의 시기를 마주하며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으로 떠올린 것은 ‘건강히 잘 사는 것’과 관련있다. 이것을 웰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요즘은 웰니스라 부른다.
필자는 작년 동안 마음챙김을 위한 관리 방법을 모색하며 지속해왔다. 과거의 본인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독자분들이라면 이번 시리즈를 참고해보시면 좋겠다. 자극적이고 쾌락적인 해소방식은 내려놓고 슴슴하고 담백하게 자신을 챙겨보는 것이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소개할 마인드 케어 루틴은 굳이 먼 곳으로 향하지 않아도, 특별한 준비 없이도 당장 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직접 경험해보고 좋았던 활동들을 추천한다.
가장 먼저 시작했던 활동은 마음챙김 명상이었다. 다음편에서는 마음챙김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려한다. 생소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몇 가지 콘텐츠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