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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남 Dec 21. 2016

[소설] 내려놓음 90 정체성Ⅱ

20대 한의사, 암에 걸리다.



90 정체성Ⅱ




 처음 방사선 치료가 있었던 날, 나는 『내가 비록 암에 걸렸지만』에서 방사선 치료 부분을 읽었었다.


방사선요법은 평생 지속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일정기간은 마치 그 치료법이 당신의 삶을 집어삼키는 것 같은 기분일 수도 있다. 매일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 된다. 벗어나고 싶고,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을 주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레이첼은 때로 방사선요법이 끝나면 곧장 나를 찾아오고는 했다. 그녀는 병원에서 일정이 지체되는 것에 진력이 나기 일쑤였고, 자신이 숫자가 된 기분이며, 한 사람이 나가면 다른 사람이 들어가는 소떼 같다고 말했다. 개인저긴 배려는 완전히 사라지고 진료만 남은 기분이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그냥 달아나서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렇구나 하며 넘겼던 것이, 치료를 스무 번 갓 넘긴 지금 격렬히 공감한다. 책의 지시에 따라 EFT를 실시했다.

 ‘나는 비록 한계점에 이르렀지만, 나는 나 자신을 깊이 그리고 완전히 사랑하고 받아들인다.’


 문득 언젠가 꾸었던 이 떠오른다. 상상이 만든, 모든 것이 허용되는 꿈. 그 속에서만큼은 아프지 않아도 되련만 거기에서도 난 뇌종양 환자였다.『내가 비록 암에 걸렸지만』 이 책에서는 우울증과 불면증, 정신적 외상은 각각 한 장(章) 전체를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암 환자에게 많이 찾아오고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의미이다. 우울증 파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The mass of men lead lives of quiet desperation. (인간 대다수는 조용한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주요우울증은 전체 암 환자의 25%가 겪게 되는데, 쉽게 진단받고 치료 될 수 있다. 슬픔과 비통함이 암 진단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우울증은 단지 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가 불과하다고 한 것은 흔히 “나는 우울증이다.(I am a depressive.)” 라는 식으로 그것이 정체성이 되어 버릴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이며 단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experiencing depression) 것뿐이다.



 이 내용을 확장시켜 생각해보면 나는 벌써 '나는 암이다. (I am a cancer.)' 라는 식으로 정체성이 형성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꿈에서조차 뇌종양에 벗어나지 못한 걸 보면. 병식(病識)이 생긴 지 고작 2달 만에 영혼조차 뇌종양에 걸려버린 나에게 책은 다시 말했다.



제19장 생활방식

암은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다. 암에 걸리면 불안, 죄책감, 분노, 좌절감, 낙담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암이라는 딱지에는 정체성과 자아(self)의 상실도 흔히 딸려 오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예전 모습이 아니라 병든 환자로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려움과 불안의 많은 부분은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며,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 함께 두드리면 그것을 줄일 수 있고 암이 사람들에게 발휘하는 힘도 줄어든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 받는다. 책의 지시에 따라 EFT를 실시했다.




91 정체성Ⅲ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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