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보통의 존재』-《해파리》
저는 사랑과 생명에 끝이 있다는 것에 찬성하는 편입니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구요. 적어도 이성적으로는. 나의 삶은 38년간 무기력함에 시달리다가 마흔을 앞두었다는 시기적 절박감과 마침 무너졌던 건강 덕분에 생의 유한함을 절실히 목도한 후 비로소 삶에 생명력과 애착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석원 -『보통의 존재』, 76p)
평소에는 손가락이 어디에 있는지, 위(胃)가 어디에 달려있는지 모른 채 그냥 살아간다. 우리가 그것의 존재를 느낄 때는 아플 때다.
아프고 나서야, 잃고 나서야 그들의 존재를 깨닫고 신경을 쓴다.
나에겐 삶이란 그러했다. 상실의 위기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소유의 자각.
다시는 잃고 싶지 않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이 책의 명대사가 함께 떠오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