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노란집』-《내가 가장 좋아하는 덕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덕담은 예수님의 덕담이다. 당신의 기적의 힘으로 병을 고치시고도 내가 고쳤다고 생색내지 않고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 그 말씀이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다. 약한 인간에게 잠재한 믿음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일깨워주는 것 이상의 덕담이 어디 있겠는가.
(박완서 -『노란집』, 189p)
갑자기 이 글을 보니, 예전에 보았던 유머가 생각났다. 대강의 내용은 전부 알고 있었기에 평소에는 그냥 넘어갔겠지만, 글로 쓰려고 하니 정확한 내용이 필요한 것 같아, 한참을 이 책 저 책을 뒤져 드디어 찾아냈다.
하루는 신부가 베네치아에 갔다가 곤돌라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곤돌라가 그만 뒤집히는 바람에 신부는 물에 빠지고 말았다. 수심은 깊지 않았지만 신부는 헤어 나오지 못하고 점점 더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 옆으로 곤돌라 한 척이 지나갔고, 사공이 신부에게 말을 걸었다.
신부님, 도와드릴까요?
그러자 신부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성령이 저와 함께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신부는 점점 더 물속으로 가라앉아만 갔다. 그리고 마침내 목까지 물에 잠기게 되었다. 그때 옆을 지나가던 다른 곤돌라 사공이 신부에게 물었다.
제가 구해드리겠습니다, 신부님.
신부가 다시 대답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구해주실 것입니다.
마침내 물에 가라앉아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한 신부는 천국에 가게 되었다. 신부가 하느님께 이렇게 물었다.
하느님, 당신께서는 어찌 저를 죽게 내버려두셨습니까?
그러자 하느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두 번씩이나 네 곁으로 노를 저어가던 사람이 누구였다고 생각하느냐?
(『위트 상식 사전 special』 보누스, 304~305p)
그분의 뜻은 직접적이기보다는 여러 다른 형태로, 우리 주변에서 드러난다는 뜻을 담은 위트가 아닌가 싶다.
신부를 구하기 위한 하느님의 손길이 사공으로 나타났다면, ‘약한 인간에게 잠재한 믿음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일깨워주는’ 예수님의 덕담은 누구의 입을 빌어 내게 말해주었을까 생각해본다.
힘들었던 시절 내가 카카오톡 상태메시지에 「All is well」이라고 올렸을 때, 「I believe ‘All is well’」 이라고 상태메시지를 바꾼 재훈이.
바쁜 전공의의 삶을 쪼개 찾아와준 재욱이와 정희.
멀리 서울에서 병상생활 지루하지 말라고 책을 사들고 찾아온 명아 누나
나의 평소 멘탈을 잘 알기에 이번 위기에서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던 회린 누나의 말
수술 들어가기 전, 넌 좋은 아이라며 울먹였던 은아.
아프다는 이야기에 내 일처럼 걱정해주고 많은 일들을 도와주었던, 그리고 치료가 끝났다는 말에 바쁜 생계를 내팽개치고 축하하러 와주었던 공보의 형들.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수많은 사람들.
‘나’라는 존재가 뭇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수많은 형태로 드러났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이걸 알게 되자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다. 앞으로 어떠한 일이 오더라도, 비록 그 과정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괴로워할지라도 결국엔 이겨낼 것만 같다. 나에게 잠재되어 있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난 생각만큼 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