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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남 Dec 15. 2016

[소설] 내려놓음 74 일상으로의 복귀Ⅳ

20대 한의사, 암에 걸리다.



74 일상으로의 복귀Ⅳ




 목요일은 3년차 형들이 복무완료 되는 날이었다. 지난 2년간을 함께 형들이 떠나는 시간.

 생각이 짧아 자꾸 하는 실수들을 넌지시 알려주고 또 받아주던 지용이 형, 관사에서 보건소까지 태워주고 운전도 가르쳐주고 같이 헬스하고 심지어 연애 코치까지 해주었던 덕경이 형, 뒤늦게 모임에 합류했지만 내가 아픈 이후로 살뜰히 신경써주고 있는 형석이 형, 삶에 도움이 많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잘생긴 좔 형, 병원에 이야기를 해주어 특별대접을 받도록 신경써준 지만이 형, 조용조용히 나를 잘 챙겨주고 받아주었던 자유로운 영혼 용현이 형, 그나마 나이 차이가 적게 나서 더 편했고 특히 운동할 때 많이 짝을 이루었던 민성이 형.


 바쁜 일상에 치여 1년에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어쩌면 힘든 시기에서 동고동락(同苦同樂), 아니 동거동락(同居同樂)해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것만 같던 훈련소 동기의 얼굴처럼 서서히 잊혀지는 사이가 될지 모른다. 그러는 게 너무 아쉬워 를 만들자고 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이제 3년차가 되는 승현이 형과 나기 형, 그리고 2년차가 되는 홍윤이가 나의 제안에 호응을 해주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부산으로, 대전으로, 서울로 뿔뿔이 흩어지는 탓이 컸다.

 내가 그들에게 받은 걸 돌려줄 수 있는 그날까지라도 연락이 자주 닿기를 바랐는데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그들도 날 생각할까? 그냥 시기가 되어 떠날 뿐인데 마치 아픈 나를 버리고 가는 것 같아 서럽다.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를 누군가가 채워야 한다. 다음 날 새로운 공보의들이 들어왔다. 올해 고령 한의사 공보의 회장을 맡은 나기 형이 운수보건지소 문제를 걱정하는 나에게 지역 배치 결과를 알려주었다.


 운수보건지소는 예전의 시스템으로 돌아갔다. 원래 내가 1년차이던 2014년에는 덕곡지소와 운수지소를 한 사람이 맡아 격일로 근무했고 그 자리는 나기 형이 맡았다. 그런데 서글서글한 형의 매력에 푹 빠진 할머니들이 매일같이 지소에 출근도장 찍는 바람에 환자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져 2015년에는 인력충원을 받아 덕곡과 운수에 각각 1명이 진료를 보도록 바뀌었고, 덕곡에는 나기 형이 운수에는 내가 근무했다.

 그러나 이번에 갑자기 내가 아프게 되면서 인력이 한 명 부족하게 되었고 결국 원상태로 돌아가게 되었다. 한 명이 두 군데를 관할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서 나기 형이 꽤 고생했었는데 또다시 그렇게 만들어 많이 미안했다. 나기 형은 덕곡 말고 다른 곳에서의 환자도 만나보고 싶다며 성산보건지소로 떠났고, 그 자리에 들어온 후임은 나와 동갑이었다.



나기 : 동완아, 덕곡운수에 니랑 동갑인 애가 들어왔다.작년에는 청송에서 근무했대.

동완 : 우리 학교에요?

나기 : 아니, 좔이 형 학교. 동국대

동완 : 오, 우리 동문회는 동국대도 같이 하는데, 잘하면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사이일수도 있겠다. 부탁하기는 편하겠네. 동갑이기도 하고. 

나기 : 덕곡에서 안 지내고 운수에서 지낸다고 하니까 인수인계 좀 해줘.

동완 : 네! 알려줄 거 많지요.

나기 : 연락처는 여기 있다.



 전화번호를 받자마자 바로 연락을 보냈다.





75 일상으로의 복귀Ⅴ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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