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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남 Dec 15. 2016

[소설] 내려놓음 75 일상으로의 복귀Ⅴ

20대 한의사, 암에 걸리다.



75 일상으로의 복귀Ⅴ




동완 : 안녕하세요. 운수에서 사신다고 들었어요. 저 때문에 더블커버 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원래대로라면 운수에서 근무해야할 공보의 김동완입니다.

고희 : 안녕하세요. 오늘 더블커버 이야기는 듣긴 했는데요. 저는 괜찮습니다만... 선생님 건강이 안 좋다고 해서 좀 걱정이...

동완 : 동갑이니까 말 놓을까요?

고희 : 네 그러죠.


동완 : 운수에 내 짐 중에 접시나 냄비, 밥솥 기타 등등이 있는데 막 써도 됨.

고희 : 안 그래도 오늘 가니까 밥솥, 전자레인지랑 몇 가지 있더라.

동완 : 그거 ‘님 뇌종양임’ 판정 뜬 다음에 급하게 이사하느라 방에 빈 공간도 많이 못 만들고... 그래서 옷가지랑 컴퓨터랑 책들 들고 가기도 벅차서 웬만한 것들은 놔두고 왔음.

고희 : 뭐 안에 있는 거 정리는 내가 하면 되긴 한데. 그럼 놔뒀다가 찾아갈 물건은 없는 거?

동완 : 별 물건 없을 텐데?

고희 : TV랑 공기청정기 있던데.

동완 : 그건 그전부터 있던 거. 아 그리고 운수는 벌레 조심해야 해. 논밭에서 올라오는 벌레들이 많아. 그래서 항상 창문은 못 열고 에어컨만 주구장창 틈

고희 : 청송에서도 벌레 때문에 못 열었는데 여기서도 못 열다니. 참, 한쪽 방에는 냉장고가 없던데?

동완 : 작년에는 냉장고 있는 방을 내가, 없는 방을 지금 쌍림으로 간 승현이 형이 썼어.


고희 : 올해도 내가 니 방, 의사 쌤이 냉장고 없는 방. 아까 우리가 냉장고 넣어달라고 계장님한테 부탁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동완 : 작년에는 승현이 형이 대구에서 출퇴근해서 냉장고 없이 잘 살았지. 올해는 의과 쌤도 관사에서 지낼 모양이구나.

고희 : 그런 모양이더라.

동완 : 고령이 지난 2년간 공보의끼리 케미가 엄청나게 좋아서 쌍림, 덕곡, 운수에서 일주일에 1~2번은 술자리가 있었는데 냉장고 없는 그 방이 술방이었어.

고희 : 안 그래도 나기 형이 그 방 술방이었다고 그러더라.



 숙소 관련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동완 : 더블커버면 덕곡이랑 운수에 격일로 가겠네. 덕곡에 월수금, 운수에 화목?

고희 : 일단 그렇게 이야기 해놨어.

동완 : 그건 2년 전까지 루틴이었으니까 그대로 하면 될 걸. 그 영향인지 할머니들 대부분 화목에 몰아서 오시더라. 그리고 대부분 오전에만 오시고 오후에는 거의 안 오셔.

고희 : 노인 분들이 다 그러시지 머. 작년에 청송에 있을 때도 그랬어. 아침에 문 열기 전부터 기다리시다가 점심 이후부터는 거의 안 오시고.


동완 : 그리고 여사님 만나봤어? 여사님 목소리가 살짝 짜증 섞인 느낌이 나기는 한데 실제로는 마음 따뜻하신 분이니까 안 쫄아도 됨.

고희 : 말투가 확실히 임팩트가 좀 있으시긴 하더라.

동완 : 그리고 내가 작년에 유통기한 지난 약들 다 폐기하고, 할머니들 약 타놓고 흘리고 가서 재고 안 맞는 것들다 문제없도록 해두었는데, 근데 육미가 조금 남을 거야. 내가 입원하기 직전에 처방 내렸는데 그냥 두고 가셔가지고 드려야지 생각했는데 그 후로 출근 못함.

고희 : 응 이동해왔으니 한 번 쭉 확인 해볼게


동완 : 그리고 내가 약들 정리하면서, 내 스타일대로 약 주문 많이 해두었는데 대부분 사상방(四象方)이랑 후세방(後世方) 계열인데 니가 안 쓰는 계통인 처방이면 어떡하지?

고희 : 있는데서 잘 써볼게.

동완 : 이번에 싹 갈아치워서 유통기한은 넉넉히 남았으니 그거는 걱정 안 해도 된다.

고희 : 특별히 신경써줘야 할 분은 없고?

동완 : 김계화 할머니. 니도 며칠 근무해보면 딱 기억할 거다. 중풍 살짝 왔다가 가신 분인데 먼 길 걸어서 자주 오셔. 자주 오는데 멀리서 오니까 허탕 치시지 않게 신경써주는 게 좋다. 한 달 넘게 진료실 텅 비어서 이제는 안 오시려는가. 만약에 할머니 보면, 그전 쌤이 할머니 보고 싶어 했다고 전해줘.



 주변 맛집부터 해서 알아두면 괜찮을 팁들도 알려주고 연락을 마무리했다.

 ‘이제 운수도 나의 소관이 아니구나.’




76 면담Ⅰ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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