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호 Sep 01. 2017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는 부산 감천마을

부산광역시

감천마을 입구


최근 부산의 명소로 부각된 장소가 감천 문화 마을이죠. 감천 마을은 어린 왕자와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방송에 여러번 나오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실제로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감천 문화마을을 5월 어느날 방문했습니다.





산에 폭 안긴 감천마을


6월만 되어도 부산은 매우 덥고 습해서 걸어 다니기 어렵습니다. 바다로 물놀이를 가지 않는다면 5월 초에 부산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감천마을은 언덕길이 많아 한여름에는 걸어 다니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작은 박물관


감천마을이 지금처럼 유명세를 타기 전에는 태극도 마을로 불리던 곳입니다. 6.25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왔던 태극도 신도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판잣집을 짓고 집단 거주했습니다. 난잡하게 조성된 다른 산동네의 모습과는 달리 종교단체에 의해 마을이 조성되다보니 가옥들이 질서 있게 자리잡은 주거 마을로 형성되었습니다.




물고기 형상의 벽화


감천마을에는 우리에게 알려진 조형물들이 많죠. 물고기 조형물에도 많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면서 사진을 촬영하는 젊은 사람들을 바라봤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로 촬영하는 모습은 멋지고 부러웠습니다. 저도 다양한 연출사진을 찍어보고 싶은데 포즈 취하는 게 너무 부끄러워 이렇게만 사진을 담아보았습니다.




감내카페


감천마을 안내소에 가면 감천마을 지도를 판매합니다. 지도 속 지정된 장소에서 스탬프를 일정 개수찍으면 감천마을을 배경으로 한 엽서를 나누어주는 작은 이벤트가 있습니다. 이벤트에 참석하면 아이들이 엽서라는 선물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녀 부모의 힘을 덜게 해 주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감천마을 전경


그런데 문제는 감천마을이 산 중턱에 있어서 스탬프를 받다 보면 어느샌가  지도속 동그라미안에 스탬프를 모두 찍겠다는 각오는  사라지고 아이들이 축축 늘어진다는 점이죠. 지친 아이들이 부모의 팔에 매달리는 순간 여행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헝클어진 머리로 파김치가 되어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감천마을 스탬프 투어를 하시려고 한다면 지도를 보고 다닐 코스를 잘 구성해야 할 겁니다.





감천마을에서 만난 빛의 향연

감천마을에 차를 가져가신다면 공영 주차장이 맨 위에 있기 때문에 마을 아래로 내려오며 구경을 해야 합니다. 저도 차를 운전하며 주차장을 갈 때에는 행복했습니다. 가족들에게 마을 아래쪽에 차를 주차했으면 경사가 심한 길을 어찌 걸어 올라갈 수 있느냐며 으시됐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가족들은 편안하게 마을 아래서 기다리고 저 혼자 내려왔던 감천마을을 되돌아서 주차장이 있는 꼭대기까지 올라가 차를 가지고 내려왔다는 거죠. 그래도 가족들이 보지 못한 골목길을 걸으면서 잠시 동안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산 아래의 감정초등학교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는 순간도 잠시, 어느새 나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습니다. 가족들이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 분명 투덜거릴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허벅지는 점점 탱탱해지고 숨은 가빠져갑니다.


"아빠는 힘들다. 그리고 아무도 몰라줘서 더 힘들고 서럽다."





감천마을의 귀여운 상가 전경


감천마을의 공영주차장이 꼭대기에 있어도 차를 가져간다면 길거리에 불법으로 주차하기보다는 공영주차장으로 바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다 보니 주차장 두 곳도 몰려드는 차량을 감당할 수 없어 주차하기 위해 오랜 시간 차속에서 머물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젊음이 가득한 감천마을


감천마을에는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옵니다. 연인도 많았지만, 친구들끼리 온 여행객들도 많았습니다.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대학생 시절 친구, 선배와 함께 부산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던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감천마을에 본 작품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기억들이 아련하게 사라져 가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아련하게 사라지기에 무엇이 없어졌는지도 잘 모르고 살다가 의미 있는 기억들이 이따금씩 머릿속에 떠올라 때로는 웃기도 하고 울게도 만드네요.

웃거나 울음을 그친 후 다시 생각해보면 과거의 추억이 선명하지 않고 잔상만 어렴풋이 남아있음에도 말입니다.




감천마을을 만들고 있는 젊은 예술인들


감천마을을 내려오다 젊은 예술가들이 바닥에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예술작품을 쉽게 보고 지나치지만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정성과 노력이 깃들여지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값진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감내골 행복발전소


감천마을을 구경하면서 관광안내를 해주시는 분이 '감천마을에는 많은 조형물과 예술 작품이 많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하루도 부족하다'라고 해주었던 말이 실감이 되었습니다. 전국의 벽화마을을 여러 곳 다녔지만 감천마을처럼 힘차게 숨을 쉬며 생동감을 전해주는 곳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이 다른 지역들처럼 상업화로 원주민이 쫓겨나 지역이 가지고 있던 특색이 사라지고 형식화되어 생동감이 사라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천마을의 담벼락


감천마을의 작품들은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할 수도 있고, 부산이라는 어촌이 가지는 풍경과 선조들의 삶을 엿보게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자리매김하며 부산이 나아갈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감천마을이 의미 는 벽화를 그려놓으며, 다른 곳과 차별성을 만들지 못하는 일부 벽화마을과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 인물인 줄 알았던 목욕탕 아줌마


감천 마을 여행을 마치고 나니 행복감과 함께 밀려오는 피로로 잠이 슬슬 밀려옵니다. 목욕탕 아주머니처럼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여행을 다니면서 과거와 현재를 주로 본다면 감천마을은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의 문화도시 부산을 보게 합니다. 감천마을처럼 우리 곳곳에 방문하고 싶은 명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관광할 곳이 적다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과거의 복원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것에서 문화콘텐츠에서 찾아내 발전시킨 감천마을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콘텐츠들이 많아질 때 도시화와 이촌향도의 현상들도 해소되지 않을까? 주제와 너무 벗어난 생각까지 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로왕 설화가 깃든 구지봉과 허황후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