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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Feb 04. 2020

역병을 이겨내다



인류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 중에 순위를 뽑는다면 1위가 질병일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작은 상처의 경우도 위생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파상풍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동물의 경우도 본능적으로 세균과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사나운 맹수라도 작은 상처가 날 상황이라면 과감히 먹이감을 포기한다. 새들도 모래로 목욕을 하면서 질병 감염을 예방하고자 한다.


인간의 경우도 질병으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아직 질병 앞에 속속무책이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질병앞에 인간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 예방과 치료가 수월해진 것도 사실이다. 조선 시대 기록에도 많은 이들이 역병으로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세계적으로 수백 명이 죽은 것과 비교해본다면 얼마나 끔찍한 현실이었을지 짐작케한다.


과거 역병이라 불리었던 전염병은 개인의 생명만이 아니라 국가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였다. 세계적으로 보면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람세스 5세를 비롯하여 프랑스의 루이 15세 등 많은 지도자들이 천연두로 세상을 떠나면서 국가와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다. 우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 숙종의 경우 천연두를 앓으며 고생했으며, 첫 번째 부인인 인경왕후와 왕자였던 연잉군을 전염병으로 저세상에 먼저 보냈다. 전염병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장희빈과 영조와 정조는 역사에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전염병이 조선 시대에 많이 등장한 것은 지구의 기온변화와 인류의 대이동이 근간을 이룬다. 이 당시는 소빙하기로 지구의 온도가 낮아졌으며, 유럽인에 의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인이 이동하면서 전염병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조선도 중국을 통해 역병이 자주 유입되었고, 더불어 조선 후기 정치적인 불안정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한몫했다.


역병이 창궐했을 때, 가장 큰 아픔과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은 일반 백성이었다. 조선 시대는 왕실과 고위관료를 담당하던 내의원, 의약 및 의학교육을 담당하던 전의감 그리고 백성을 치료하는 혜민서가 운영되었다. 여기에 활인서를 두어 기근과 역병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모든 백성이 혜택을 받기에는 의료시설의 규모가 크지도 않았고, 의학기술도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위생개념이 너무도 부족했다.



전염병을 막기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청결히 하는 것이란 사실을 모르던 조선은 역병을 하늘의 힘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제사(여제)와 굿을 통해 역병이 물러나기를 기도하고, 환자와 주검을 성 밖으로 격리시키는 조치를 취하였다. 치료법을 몰랐기에 약재를 사용하여 열이 내리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집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대다수는 활인서에서 제공하는 죽을 받아먹으며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병과 굶주림으로 죽어갈 뿐이었다.


이처럼 무서운 전염병이 하늘의 벌이 아니라 질병임을 깨닫고, 예방과 개인위생관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전염병 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두창이라 불리던 천연두의 경우 1796년 영국의 의사 제너(Jenner, 1749〜1823)에 의해 예방할 수 있게되었다. 우리의 경우도 1879년 지석영이 종두법을 배우고 보급한 결과 사라질 수 있었다.


어찌보면 인간의 가장 위대한 점은 문제해결능력이다. 동물의 경우 자연에 적응하며 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반면, 인간은 스스로 해결해나간다. 그리고 해결방법을 교육을 통해 후대에 전한다. 지금도 세균과 바이러스는 진화를 거듭하며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지만,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역사는 우리가 무엇을 조심하고 노력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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