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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Sep 29. 2017

영화 속 교도소는 익산에 있다.

전라북도 익산시

                    


실제 같은 교도소 촬영 세트장


전라북도 익산시에 가면 교도소 촬영 세트장을 무료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교도소를 방문한 것은 서대문 형무소 이후 두 번째입니다. 서대문 형무소는 독립운동가를 가두었던 실제 감옥이라면, 익산의 교도소 세트장은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지금도 이곳에서 많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왠지 들어가는 순간 움츠려 드는 교도소 세트장


이곳에서 촬영되어 대박 난 영화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이 '7번 방의 선물'입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봤던 '7번 방의 선물'을 촬영한 현장을 보여주고, 간접적으로 교도소를 체험해보는 것도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겠다 싶어 방문한 곳이 익산 교도소 세트장입니다.





교도소 담장


교도소 세트장에 들어가는 순간 영화 속에서 오달수가 이곳을 달리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영화에 봤던 장소라는 반가움도 잠시, 가슴속 어딘가에서 답답함이 밀려 올라왔습니다. 내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이곳에 갇혀있을 거라 상상해보니 넓은 교도소는 매우 협소한 장소로 보였고, 교도소 담장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장벽으로 다가왔습니다.


 '7번 방의 선물'에서 거대한 풍선을 타고 교도소 담장 밖으로 나갈 때에 류승룡과 딸이 짓던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단순하게만 느껴졌던 자유에 대한 갈망은 교도소 안으로 들어오자 절실함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교도소 세트장에 와서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의 소중함에 감사를 드릴 지는 상상도 못 하였는데 말입니다. 





익산 교도소 세트장 전경


인생을 살아가면서 잘못을 안 하며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교도소에 올 정도로 큰 죄는 짓지 말자는 다짐을 교도소 세트장에서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되뇌었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글을 쓰는 지금도 웃음이 나네요.


생뚱맞지만 사진 속 우측 건물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습니다. 교도소 세트장에는 두 군데의 화장실이 있는데 주차장에 위치한 간이화장실을 이용하기보다는 교도소 촬영장 내 화장실을 권하고 싶습니다.






교도소 실내 모습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이 여기가 아닐까 싶네요. 주인공이 복도를 지나가면 방안에 있는 죄수들이 야유를 보내며 조롱하는 장면. 또는 사형선고받은 주인공이 처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마지막으로 되돌아보는 장면 등 여러 영화 속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 곳에 섰을 때 복도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은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어두컴컴하고 눅눅한 느낌의 교도소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하면서도 뜨거운 햇빛은 죄수자들이 사회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유로 상징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왜 영화 장면 속에서 이곳을 배경으로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촬영된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세면대


세면대 옆에는 이곳에서 촬영된 많은 드라마와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그중 제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이 이곳에 수감된 장면이었습니다. 정말 막장드라마라고 하면서도 재미있게 봤던 '왔다. 장보리'의 마지막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을 보는 순간 반가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기 위해 손짓을 하며 빨리 오라고 불렀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있지만 '아는 것이 보이면 자랑하고 싶다'는 것이 더 먼저인 순간이었습니다.





2층에서 바라본 교도소 실내


1층을 관람하고 2층에 올라가는 과정은 저에게 있어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로서는 아래가 훤히 보이는 철망으로 이루어진 계단과 복도에 서있기도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2층에는 7번 방의 선물에서 류승룡과 딸이 함께 머물던 감방이 있기에 용기를 내서 올라갔습니다. 


2층에서 바라본 교도소는 저에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황량함이라는 느낌도 주었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이나 그들을 관리하는 교도관 모두에게 교도소라는 존재는 어렵고 힘든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좁은 공간에 갇혀 자유를 박탈당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없는 교도소는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많이 내포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교도소 세트장 담장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저에게 교도관이 될 수 있는 교도학과를 가라고 했는데, 그 당시에는 교도학과가 무엇인지도 몰라서 다른 학과를 지원해었습니다. 오히려 교도학과가 무엇인지 몰라서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으로서는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도관이 되려면 사명감과 많은 희생이 필요한데 저는 감당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으니까요. 


이곳을 소개하고 있는 여러 블로그에 교도소 세트장에는 크게 볼 것이 없다는 글을 읽고 방문 여부를 고민했었습니다. 실제로 교도소 세트장은 크게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깔끔하게 정리도 되어있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어떤 의미를 가지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볼거리가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행에서 상상이란 양념을 살짝만 뿌려도 여행의 맛이 확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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