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출처 : KBS 드라마
명성황후는 드라마에서 조선의 어려운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했던 여인이자, 조선을 사랑한 인물로 재탄생하였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드라마 대사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으로 각인되어 명성황후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명성황후가 너무도 애타고 안타까울 만큼 중요했던 역사적 인물이었을까?
명성황후(1851~1895)는 경기도 여주에서 민치록의 딸로 태어났다. 8살의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나 누구보다 영민했다고 전한다. 명성황후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지만, 여흥 민씨만으로 본다면 조선 시대 왕비를 배출하던 명문가 집안이었다. 태종의 부인이자 세종의 어머니였던 원경왕후, 숙종의 부인이었던 인현왕후가 모두 여흥 민씨로, 명성황후의 가족은 어려웠을지는 몰라도 집안으로만 따지면 대단한 명문가였다.
흥선대원군은 세도정치 시절 외척의 횡포로 누구보다 고생했던 인물이었기에 고종의 배필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었다. 이때 여흥 민씨였던 흥선대원군의 부인이 명성황후를 추천하였다. 아버지가 없어 외척으로서 성장할 수 없었던 배경과 아내의 추천을 받은 명성황후가 흥선대원군은 마음에 쏙 들었다. 더욱이 전통적으로 왕비를 배출하던 여흥 민씨라는 점도 고종의 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흥선대원군은 명성황후를 고종의 배필로 선택한 후 자신이 거처하는 운현궁에서 신부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직접 가르쳤다. 그리고 고종과 결혼을 시켰다.
흥선대원군은 명성황후를 직접 선택하고 왕비로서의 덕목을 가르쳤기에 자신과 고종에 순종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러하지 않았다. 고종은 명성황후에 크게 관심 두지 않았다. 궁인 이 씨에게서 완화군을 먼저 낳았다. 정비로서 사랑받지 못해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설움으로 명성황후가 힘들어할 때, 흥선대원군이 완화군을 세자로 책봉하려 했으니 미움의 화살이 고종이 아닌 흥선대원군으로 향했다. 이후 명성황후가 낳은 첫 아이가 5일 만에 죽으면서, 그 책임이 흥선대원군에 있다고 믿었다.
출처 : KBS 드라마
명성황후는 성인이 되자 흥선대원군을 내쫓기 위해 반대파를 규합했다. 민승호를 비롯하여 대원군의 형 이최응, 그의 아들 이재면 그리고 조대비의 조카 조성화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특히 유생들의 존경을 받던 최익현을 1873년 동부승지로 발탁하여 고종이 직접 나랏일을 해야 한다는 상소문을 올리도록 하였다. 이로써 흥선대원군은 권력에서 쫓겨나고 민씨 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었다.
민씨 세력은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버리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폈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본에게 문호를 열면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혼란을 가져왔다. 또한 민씨 세력이 부정비리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관리들의 부정은 근절되지 못하고 백성들을 더욱 힘들게 하였다.
결국, 개항 이후 불만이 가득해진 민심은 임오군란으로 터져버렸다. 직접적인 계기는 구식 군인들이 13개월 치 녹봉을 받지 못하다가 1개월 녹봉을 받는 과정에서 선혜청 관리들이 쌀을 착복한 데서 시작하였다. 구식 군인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왕십리에 살던 하층민들도 합세하여 민씨 세력과 일본인 별기군 교관을 죽였다. 그리고 민씨 세력의 정점에 있던 명성황후를 죽이고자 하였다. 하지만, 명성황후는 요행히도 충주 장호원으로 도망가 목숨을 연명했다. 생사를 모르던 흥선대원군이 명성황후가 죽었음을 알리려던 순간, 청군이 조선으로 들어왔다. 명성황후가 윤태준을 고종에게 보내어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청군은 흥선대원군을 납치한 뒤, 명성황후를 재집권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대가로 상민수륙무역장정을 통해 조선에 대한 경제적 침탈과 노골적인 내정간섭이 이루어졌다.
출처 : KBS 드라마
이에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급진 개화파들은 갑신정변을 일으켜, 청과의 관계를 끊고 자주적인 개혁을 요구하였다. 고종과 명성황후는 급진 개화파의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하면서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길 것을 요구했다. 급진 개화파가 가진 적은 병력으로는 넓은 창덕궁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한 행동이었다. 결국, 명성황후의 주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급진 개화파는 창덕궁으로 고종과 명성황후의 거처를 옮겼고, 명성황후가 심상훈을 통해 불러들인 청군에게 죽임을 당하며 갑신정변은 막을 내린다.
1894년, 백성들이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며 일어난 동학농민운동 당시에도 명성황후는 청군에 도움을 요청했다. 청군이 들어오자 일본은 톈진조약을 내세우며 조선에 군대를 보내 청·일 전쟁을 일으키고, 동학농민군을 비롯한 백성을 학살했다. 이외에도 명성황후는 사치가 심하고, 굿을 통해 막대한 국고를 낭비하는 등 여러 잘못을 저질렀다.
무엇보다도 명성황후가 행한 가장 큰 잘못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청군을 끌어들여 조선의 군인을 죽이고, 신하를 죽이고, 백성을 죽였다. 청·일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면서 조선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물론 명성황후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일본이 시해한 것을 묵인할 순 없다. 일본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것은 절대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에 의해 명성황후가 죽었다고 해서 그녀에 대한 평가가 후해져서는 안 된다. 명성황후의 잘잘못을 정확하게 기억하여 후대의 역사에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