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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Mar 08. 2022

이승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승만 대통령이 집권했던 제1공화국은 6·25전쟁을 극복하고 한·미 상호 방위조약과 무상 원조를 미국으로부터 이끌어내면서 대한민국을 수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승만은 자신이 아니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생각에 유난히 권력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결국 이승만 정부는 군사적 안보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많은 기여는 했으나, 권력을 독점하고 온갖 부정비리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6·25전쟁 직전 실시된 제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승만을 지지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대거 당선되었다. 이는 이승만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동안 온갖 비리가 끊이지 않았고, 친일파를 처단하려는 반민특위의 활동을 방해하고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제일 먼저 전국 각지로 도망 다니는 무책임한 행동을 보였다. 그 외에도 지휘관의 군수품 횡령으로 1,000명이 굶어 죽은 국민 방위군 사건과 거창 양민 학살 사건 등 이승만 정부가 저지른 수많은 잘못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런 국정 운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승만은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선제로는 대통령에 재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승만은 재집권을 위해 자유당을 창당하고, 1952년 일부 국회의원을 간첩으로 몰아 구속했다. 그리고 국회의원도 언제 어디서든 체포·구금할 수 있다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뒤, 기립 투표라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통과시켜 버렸다. 국민들에게는 이승만 자신만이 미국을 움직여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고 홍보한 결과 제2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1954년에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횟수 제한을 폐기하기 위해 사사오입 개헌을 벌이기도 하였다. 대통령 3선 금지 조항이 국회에서 정족수 1명이 모자라 부결되자 반올림 셈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제3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이승만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민주당 후보 신익희가 갑작스럽게 죽자 1956년 제3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수 있었다.     


제4대 대통령을 뽑는 1960년에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조병옥이 갑작스럽게 죽자, 단독 후보가 된 이승만은 당선이 확실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승만이 고령이라는 점에 있었다. 이승만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다 죽으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해야 하는데, 자유당 부통령 후보였던 이기붕의 지지율이 매우 낮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기붕을 부통령에 당선시킬 수 없었던 정부와 자유당은 공무원, 마을 이장, 경찰, 정치 깡패를 동원하여 온갖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심지어 선거 당일에는 투표함을 통째로 바꾸기도 하였다.     

이처럼 노골적인 부정선거는 국민들의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전국 각지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자, 이승만 정부는 부정선거의 책임을 물어 내무부 장관을 사임시키며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시위에 나섰다가 실종되었던 고등학생 김주열이 한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시신으로 마산 앞바다에 떠오르자 상황은 반전되었다. 김주열 학생이 경찰의 강경 진압에 죽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였다. 시민들이 대통령 집무실인 경무대 앞으로 행진하여 강하게 항의를 하자,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난사하고 군대를 동원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다행히 탱크를 앞세워 서울로 들어온 계엄군은 어린아이도 참여하는 시위대를 보면서 계엄령에 명분이 없다고 판단하고 시민을 향한 발포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승만 정부는 시국이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자, 이기붕 부통령 당선자 사퇴와 이승만의 자유당 총재직 사임으로 마무리 짓고자 하였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승만 정부의 술책에 넘어가지 않고 민주화 시위를 계속 이어 나갔다. 결국 군대를 지휘 통솔할 수 없었던 이승만은 “국민이 원한다면 물러나겠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그런데 이승만의 “국민이 원한다면 물러나겠다.”라는 말은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의미보다 비겁한 변명으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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