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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Jul 05. 2022

이황의 아내 사랑

주자의 성리학을 한층 더 발전시킨 퇴계 이황(1501~1570)의 아내 사랑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누구보다 공자의 가르침을 잘 알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했던 퇴계 이황의 아내 사랑은 부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옳은지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된다. 퇴계 이황은 2번 결혼했는데, 첫 번째 부인 허씨는 아들 둘을 낳고 산후조리를 잘못하여 죽고 말았다. 2명의 자녀를 위해 이황은 다시 장가를 갔는데, 두 번째 부인인 안동 권씨는 지적장애인이었다. 이황은 아내가 지적장애라는 사실보다는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중요하게 여겼다.      


아내 권씨를 향한 이황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여럿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일화는 권씨가 이황이 입는 두루마기를 다림질하다가 태워버린 일이다. 권씨는 두루마기의 구멍을 비슷한 색으로 막지 않고,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붉은 천으로 구멍을 기웠다. 보통의 남자라면 체면을 생각해 아내에게 화를 내며 호통칠 만도 할 텐데, 이황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내가 이상하게 기워준 두루마기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색깔이 맞지 않는 두루마기를 본 사람들이 모두 이황에게 한마디씩 하자, “붉은색은 잡귀를 쫓고 복을 부르는 것이라네. 우리 부인이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라고 일부러 붉은색으로 기워준 것이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라며 부인의 허물을 덮어주는 것을 넘어 현명한 부인으로 만들어주었다.     


또 한번은 제사상에 있던 배를 몰래 훔친 아내를 이황이 두둔하는 일도 있었다. 유교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가 효다. 그리고 제사는 효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의례이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용되지 않는 중요한 제사 준비 과정에서 권씨는 떨어진 배 하나를 치마에 숨겼다. 이를 본 큰 동서가 제사에 쓰일 음식이 상에서 떨어진 것은 우리가 정성스럽게 제사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치마에 배를 감추면 되겠냐고 꾸짖었다. 마침 이 광경을 보게 된 이황은 “형수님, 조상님께서도 손자며느리의 잘못을 귀엽게 보고 웃어 넘겨주실 겁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잘 타이르겠습니다.”라며 사과한 뒤, 아내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아내가 먹고 싶어 한 배를 손수 깎아 주었다. 이처럼 아내를 사랑하는 모습을 감추기보다는 떳떳하게 보여주던 이황은 권씨가 죽자 전처사이에서 낳은 2명의 아들에게 시묘살이를 시켰다. 자신도 권씨의 무덤 옆에 양진암을 짓고 1년 넘게 머무르며 아내를 그리워하였다.      


이황은 손자 안도에게 부부로서 서로에게 지켜야 할 도리를 편지로 남겼다. 

“부부란 인륜의 시작이요, 만복의 근원이란다. 지극히 친근한 사이이기는 하지만, 또한 지극히 바르고 조심해야 하지. 그래서 군자의 도는 부부에게서 시작된다고 하는 거란다. 허나 세상 사람들은 부부간에 서로 예를 갖추어 공경해야 하는 것을 싹 잊어버리고, 너무 가깝게만 지내다가 마침내는 서로 깔보고 업신여기는 지경에 이르고 말지. 이 모두 서로 손님처럼 공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거란다. 그 집안을 바르게 하려면 마땅히 시작부터 조심해야 하는 것이니 거듭 경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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