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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Aug 09. 2022

우리에게 봉황이란?

삼국시대는 고분벽화나 향로 같은 유물에 봉황이 자주 등장했다. 고구려는 봉황을 사신(四神)으로 생각하고, 왕과 귀족 같은 특권층이 사후 세계에서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분벽화에 봉황을 그렸다. 고구려 고분벽화 속 봉황은 볏이 달린 머리와 3가닥으로 갈라진 물고기 꼬리를 가진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백제도 고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백제금동대향로 맨 위를 장식하고 있는 봉황의 모습은 볏 모양의 머리에 3가닥으로 갈라진 물고기 꼬리 모양을 가지고 있다. 신라는 금관에 봉황을 표현해 놓았는데, 고구려·백제의 봉황과 같은 모습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고구려와 백제가 사후 세계를 수호하는 역할로 고분이나 향로에 봉황을 그려 넣은 것과는 달리, 신라는 왕이 하늘의 자손이라는 천손 사상을 강조하기 위해 봉황을 활용했다.      


고려시대에 들어서 봉황의 의미는 약해졌지만 쓰임새는 더 많아졌다. 삼국시대보다 지배 계층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불교가 토속신앙을 대체한 것도 한몫했다. 불교가 전래되고 대중화되면서 봉황의 상징성은 점차 약해지다가 불교에 흡수되었다. 불교 종단은 봉황의 형상과 비슷한 산천에 사찰을 짓고, 봉황과 관련된 지명을 붙였다. 산의 이름을 지을 때도 봉황이 머무는 산이란 뜻으로 ‘봉황산’이라 불렀다. 그 결과 지금도 공주·삼척·순창·여수·영주·제천·충주·진안 등 전국에 봉황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많다.      


이 외에도 여주의 봉미산, 공주의 봉황대, 횡성의 봉복사 등 봉황과 관련된 명칭이 있다. 또한 오동나무숲은 봉황이 사는 주거지로, 대나무 열매가 봉황의 주식이라는 점에 착안한 지명이 만들어졌다. 재미있는 사례로 전라도 여수 오동도가 있다. 이 섬은 현재 오동나무가 없고 동백나무만 가득하다. 고려 말 요승 신돈이 오동도에 봉황이 자주 드나드는 것이 싫어, 섬의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는 전설로 오늘날까지 오동도로 불린다.     


고려시대의 봉황은 왕과 지배 계층만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고려청자와 같은 생활용품에 그려지거나 와당 같은 건축 장식물에 새겨졌다. 그러나 봉황의 모습은 삼국시대와는 달리 송나라의 영향을 받아 3개로 갈라진 물고기 꼬리가 없어지고 공작새의 화려한 꼬리로 표현되었다.      

조선시대는 봉황의 이미지를 유교에 맞추어 상상하고 활용하였다. 유교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공자가 용·기린·거북·봉황을 신성한 동물로 간주한 이후, 봉황은 후대 사람들에게 신성하고 존귀한 동물로 대접받았다. 특히 봉황의 5가지 색이 인·의·예·신·덕을 상징하는 만큼 길조로 여겨졌다.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는 <애공편>에서 ‘고대 임금의 정치가 생명을 사랑하고 죽임을 멀리하면 봉황이 나무에 줄지어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중국의 태평성대를 이끈 순임금 때 봉황이 와서 춤을 추었고, 문왕 때에는 기산에서 봉황이 울었다는 기록이 고문서에 등장하면서 봉황은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신수가 되었다. 《설문해자》에서는 봉황이 동방의 나라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온 천하를 날아다니면 인간의 삶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이렇듯 봉황의 등장은 왕의 권위를 높여주면서 백성을 안심시켜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봉황은 청렴하고 뛰어난 선비를 의미하기도 했다. 태평성대를 이끈 왕에게 봉황이 찾아오는 것처럼, 뛰어난 성군에게는 봉황과 같은 청렴하고 뛰어난 선비들이 찾아온다고 여겼다. 조선의 국왕은 뛰어난 성군이 되어 태평성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재들이 많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곳에 봉황을 그려 넣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천장과 창덕궁의 선정전 천장에 봉황이 그려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왕비가 입는 대례복에 봉황 금박을 사용하였고, 궁중의 의례용 복식과 병풍에도 봉황을 그렸다. 하지만 고려시대와는 다르게 꼬리를 활짝 편 것이 아닌 접은 형태로 봉황을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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