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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Nov 22. 2022

온조는 왜  알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고구려의 고주몽, 신라의 박혁거세 그리고 가야를 세운 김수로는 모두 알에서 태어났다는 ‘난생설화’를 갖고 있다. 이는 고구려, 신라, 가야가 하늘로부터 선택받은 천자의 나라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끌어당겼다. 그런데 백제를 건국한 온조는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로 부상되지 않고 평범한 인간으로 역사에 등장한다. 왜 백제는 다른 국가와는 달리 건국신화가 난생설화의 형태가 아닐까?     


이는 하나의 혈연적 계통이 중심이 되어 백제를 건국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제는 여러 혈연적 계통이 모여 나라를 세우고 성장했기에 특정 세력을 신격화시키기 어려웠다. 백제의 건국 설화는 크게 세 가지로 전해 내려온다.      


첫 번째는 부여 또는 고구려의 후손인 구태(仇台)가 백제를 세웠다고 중국의 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190년대에 살던 요동 태수 공손탁이 딸을 구태에게 시집보냈다고 하는 등 중국 역사서에 많은 오류가 있어 믿기 어려운 점이 많다.     


두 번째 설화에 따르면 북부여 해부루의 서손인 우태와 졸본의 연타발의 딸 소서노가 혼인하여 비류와 온조를 낳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태가 일찍 죽자 소서노가 부여에서 내려온 고주몽과 재혼하여 고구려 건국을 도왔다. 하지만 부여에서 주몽의 아들 유리가 내려오자, 비류가 동생을 이끌고 미추홀(인천)에 정착하여 백제를 건국했다고 전한다.     


세 번째 설화는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고주몽의 아들 유리가 부여에서 내려오자, 소서노가 두 아들을 데리고 남하하였다. 비류와 온조는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뜻은 같았으나 건국의 터를 잡는 데 이견이 발생하였다.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둘은 각기 자신만의 나라를 세우기로 하였다.      


비류는 미추홀에 자리를 잡고 온조는 하남 위례성에 터를 잡고 나라를 세웠다. 비류가 세운 나라는 농사가 잘되지 않아 백성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온조가 건국한 십제(十濟)는 백성들이 편안하고 행복하였다. 온조의 십제가 날로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한 비류는 자신을 믿고 따라온 백성을 힘들게 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백성이 온조를 찾아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온조는 비류가 죽고 갈 곳이 없어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을 받아들여 백제(百濟)를 세우게 된다.      


이처럼 백제의 여러 건국 설화를 두고 부여족의 일부가 남하하여 백제를 세웠다는 주장도 있지만, 남쪽으로 내려온 부여족이 토착 세력의 왕국을 빼앗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외에도 7대 사반왕(沙伴王)에서 8대 고이왕(古爾王)으로 왕위가 넘어가는 과정을 온조계에서 비류계로 주도권이 옮겨지는 과정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근초고왕 때 온조계가 왕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온조가 세운 십제가 백제로 발전했다는 기록은 백제 건국 초 지배 계층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일부 지배층이 주도권을 빼앗겼어도 힘이 약해졌을 뿐, 권력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상대측을 견제할 힘이 있는 상황에서 고구려나 신라처럼 온조계 왕들은 온조를 신격화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온조계와 비류계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방법은 부여의 정통성을 가지고 백제를 세웠다는 건국 설화가 가장 적합했다. 그리고 온조계가 백제 왕권을 장악하고 후손에 물려줄 수 있도록 확실하게 굳혀놓은 인물이 근초고왕이다. 근초고왕은 자신과 온조계에 정통성을 확실하게 부여하기 위해서 고흥을 시켜 《서기(書記)》라는 역사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서기》는 오늘날 전하지 않는다. 만약 실전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백제의 건국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서기》의 실전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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