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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Dec 06. 2022

무신정변은 누구를 위한 일이었나?

1170년 고려 시대 무신 정중부와 이의방이 난을 일으켜 권력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약 100년 동안 군인들이 정치 요직에 앉아 국가를 경영하던 시대를 무신정권이라고 한다. 1960~80년대 군인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에 무신정권은 비판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었다그러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시대가 바뀌면서 고려 무신정권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무신정변은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이자겸이 권력에서 밀려난 이후 최고 권력을 잡기 위해 문벌 귀족 간의 권력투쟁이 심하게 일어났다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개경과 서경의 문벌 귀족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전쟁까지 벌였던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이다이 과정에서 김부식을 중심으로 하는 개경 출신의 문벌 귀족이 승리하면서 고려는 한동안 평화로운 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커다란 정치적 사건이 없어 평화로워 보였을 뿐백성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갔다문벌 귀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해져서 백성에게서 수탈한 재물로 사치와 향락에 빠져 하루를 즐겼다여기에 왕도 편승하여 나라와 백성을 돌보지 않고 문벌 귀족과 어울려 놀기 바빴다왕과 향락에 빠진 문벌 귀족의 눈에는 모든 것이 다 하찮아 보였다같은 관료였던 무신들조차도 자신들과 동등한 관료가 아니라일반 백성과 같은 무지렁이처럼 보였다그리고 안하무인격으로 그들을 조롱하고 비웃었다이제 무신들은 한 나라를 지키는 장수에서 왕과 문벌 귀족을 지키는 일개 경호원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종이 보현원으로 놀러 가면서 백발노인인 대장군 이소응에게 젊은 장수와 수박희(전통 무술)를 겨루게 하였다이소응이 젊은 장수를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자문신 한뢰가 대장군의 멱살을 잡고 뺨을 후려쳐 섬돌 아래로 떨어뜨렸다이 모습에 왕과 신하들이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웃으며 조롱하였다지금으로 따지면 대장군은 수만 명을 통솔하는 군단장인데 여러 사람 앞에서 이런 망신을 당했으니 이하 장졸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정중부·이의방·이고 등 예하 장수는 분함과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였다이들은 문벌 귀족에게 군인전을 빼앗기면서 생계가 어려워지는 현실과 문벌 귀족들의 무시를 더는 참지 못했다이들은 순검군을 모아 보현원으로 가는 행차에 있던 문신들을 대거 죽였다무신정변은 우발적인 행위로 시작되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왕을 위협하고 문벌 귀족을 죽여 역적이 된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는 개경에 있는 문벌 귀족들을 제거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이들은 개경으로 돌아가 나머지 문벌 귀족을 제거하고의종을 거제도로 유배 보낸 뒤 죽였다그리고 의종의 동생 익양공 호(翼陽公 晧)를 명종으로 추대하였다새로 왕이 된 명종에게는 어떤 실권도 주어지지 않았기에왕좌에 있는 동안 무신들의 눈치만 살펴야 했다.


 


우발적인 계기로 권력을 잡은 무신들은 자신들끼리도 믿지 못하고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였다무신들의 끊임없는 권력투쟁으로 최고 권력자가 계속 바뀌었다상관을 죽이고 권력을 잡은 무신에게 국가와 백성은 존재하지 않았다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급급할 뿐이었다그러기 위해 더 많은 재물을 모아서 자신을 호위할 부대원을 늘리고 강하게 만드는 일이 제일 중요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권력 쟁탈전은 최충헌에 의해 마무리되었다최충헌은 명종·신종·희종·강종 4명의 왕을 갈아 치우고 17년 동안 장기 집권한 뒤, 60년 동안 최씨 집안이 권력을 틀어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이것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권력을 이용하여 경상도 진주 전체를 자신의 식읍으로 삼을 정도로 많은 땅과 재물이 있었다결과적으로 무신정권의 끊임없는 불법 약탈과 횡포로 국가의 재정은 열악해지고백성들의 삶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백성을 위해 권력을 잡은 것이 아닌 무신정권은 끊임없이 백성을 수탈하였다수탈을 견디지 못하고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백성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망이·망소이의 난처럼 죽음뿐이었다오히려 백성들에겐 무신정권보다 문벌 귀족이 권력을 잡았을 때가 나은 시절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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