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왕릉은 타국에 의해 멸망한 왕릉과는 달리 보존이 잘되어 있었다. 시간이 오래된 만큼 일시적으로 수로왕릉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훼손되었던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관리가 잘되어 있는 편이었다. 수로왕릉이 잘 보존된 이유는 가야가 무력에 의해 멸망하지 않고 신라에 병합되었던 사실에 기인한다. 진흥왕이 이끄는 신라군에 멸망한 대가야하고는 달리 금관가야 왕족들은 스스로 나라를 갖다 바치면서 신라 지배계층에 편입될 수 있었다. 특히 금관가야 왕족 출신인 김유신이 삼국통일의 업적으로 신라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졌기에 신라 말까지 능은 보존이 잘되었다.
고려시대에도 수로왕릉은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되었다. 고려가 개국 초에는 고구려 계승의식을 밝히기는 했지만, 신라 출신의 왕족과 6두품이 고려 지배계층의 주류가 되자 계승의식이 변했다. 고려가 신라를 계승했다는 의식이 강해지면서 수로왕릉은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삼국사기』에서 고려 문종 때까지 수로왕릉이 잘 보존되었다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고려 후기에 들어서면 원의 간섭과 왜구의 침입 등으로 지방 통제 기능이 상실되면서 자연스레 수로왕릉은 훼손되었다. 이후 조선이 건국되고 체제가 안정되자 세종대왕은 수로왕릉을 재정비하고 관리에 힘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선조 때는 영남 관찰사 허수의 건의로 일반 능으로 재정비되던 수로왕릉을 왕릉으로 격식을 높여 재조성하고 관리했다. 그러나 임진왜란 당시 문화재 약탈에 열을 올리던 왜에 의해 수로왕릉이 도굴되는 등 훼손되다가 인조와 고종 때 능의 보수를 거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가야가 우리의 역사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기록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가야는 5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나라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가야가 있던 시기를 삼국시대라고 표현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 500여 년 동안 고구려, 백제, 신라와 교류하며 전쟁을 벌였던 가야를 배제하면서 우리의 역사는 어긋나버렸다. 그렇다 보니 역사를 배우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부여(494년)와 가야(562년)의 멸망 연도를 고려한다면 삼국시대 대신 오국시대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왜곡하는 동북공정과 한반도 남부 지역이 일본의 속국이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맞서 우리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오국시대 또는 열국시대라는 표현은 꼭 필요하다.
그럼 가야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가야는 김해평야 지역에 자리하고 있어 벼농사가 잘되어 먹을 것이 풍부했고 좋은 품질의 철이 많이 생산되었다. 일본과는 거리적으로 가까워 해상 무역을 통해 선진 문물을 전해주며 강력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그러나 가야는 많은 이익을 창출했기에 오히려 하나로 통합되지 못했다. 가야 연맹 내에서 주변 왕국을 주도할 만한 세력이 나오지 못하면서 중앙집권국가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가야가 결정적으로 힘이 약해진 사건은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금관가야 침략이었다. 신라 내물왕은 왜구에 의해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광개토대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광개토대왕은 신라의 도움에 응해 5만의 군대로 왜구를 내쫓았다. 이때 고구려군은 도망치는 왜구를 쫓아 해 지역까지 내려오면서 자연스레 금관가야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가야연맹이 억울한 피해자가 아니라고 한다. 왜구가 신라를 독자적으로 침략해서 경주를 함락시킬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내세우며, 가야 연맹이 왜구를 이용해 신라를 견제하고 중앙집권국가로 성장하려던 사건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어쨌든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침략으로 가야는 이후 조금씩 무너져갔다. 김수로왕이 세운 금관가야는 42년에 건국되어 532년을 마지막으로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수로왕은 다른 어떤 가문보다도 가장 많은 자손을 남겼다.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 인주 이씨가 모두 김수로왕의 후손으로 현재 대한민국에 400만 명이 넘는다. 역사상 영원한 나라는 없다는 사실에 기반한다면 가장 많은 후손을 남긴 김수로왕이야말로 역대 왕 중에 가장 성공한 인물이 아닐까? 수로왕의 자손들은 가야 멸망 이후에도 역사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김수로왕의 후손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