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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Sep 26. 2023

민심을 고려하지 않아 실패한 갑신정변

임오군란 이후 조선 정부는 청나라의 내정 간섭을 심하게 받아요. 명성왕후를 비롯한 많은 관료가 청의 개입으로 지위를 되찾았으니, 청의 횡포를 보고도 지적하지 못했던 거죠. 그러면서 개화파가 둘로 나누어지게 돼요. 비록 청나라의 내정 간섭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계기로 청나라처럼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사람들을 온건개화파라고 해요. 반면 청나라의 내정 간섭을 규탄하며 일본처럼 빠른 변화를 주장한 사람들을 급진개화파라고 불러요. 대표적으로 김옥균과 홍영식 등이 있어요. 

당시 집권 세력이던 민씨 척족은 일본을 모델로 삼아 개혁하자는 급진개화파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이들로 인해 청나라의 눈 밖에 날까 걱정되었던 거죠. 그런 가운데 민씨 척족과 급진개화파 간에 재정문제로 갈등이 표면화돼요. 청이 보낸 재정 고문 묄렌도르프는 조선의 재정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화폐를 발행하자고 주장했고, 급진개화파는 일본으로부터 차관도입을 주장했어요. 고종은 우선 김옥균에게 차관 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실패하고 말아요. 이유는 간단해요. 일본이 조선을 도와줄 마음이 없었거든요. 이후 일본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사관생도가 된 급진개화파들이 군대에서 쫓겨나는 등 정계에서 위기를 맞게 돼요. 결국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여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변을 계획하며 군대를 모집해요. 


1884년 8월 청나라가 베트남을 두고 프랑스와의 전쟁을 위해 조선에 주둔하던 청군 3천 명의 절반을 철수시켜요. 이를 기회로 여긴 급진개화파는 일본의 도움을 받아 갑신정변을 일으켜요. 10월 17일 저녁 7시 우정총국 개설 축하연 날 인근 민가에 불을 질러 소동을 일으켜요. 그리고는 곧바로 고종에게 달려가 청군이 습격했다며 일본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요. 고종은 이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일본군과 급진개화파가 이끄는 군대에 떠밀려 경우궁으로 거처를 옮길 수밖에 없었어요. 


이튿날 갑신정변을 일으킨 급진개화파는 민씨 척족을 대표하는 민태호, 민영목 등 6명을 죽이고 신정부를 구성해요. 이런 모습에 불안감을 느낀 고종과 명성왕후는 청나라와 몰래 연락을 취하고는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겠다고 말해요. 김옥균은 방어하기 어려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에 반대했지만, 일본 공사 다케조에 신이치로는 아무 문제 없다고 자신해요. 그로 인해 더는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 급진개화파는 어쩔 수 없이 창덕궁으로 장소를 옮겨요. 


정변을 일으킨 3일 뒤인 10월 19일 급진개화파는 새 정부의 정령을 발표해요. 이들이 제시한 80여 개 조의 정령에는 <청의 사대 외교를 폐하고, 입헌군주제를 세운다. 재정 기관을 일원화하여 국가 재정을 충실히 한다. 혜상공국을 폐지하여 자유로운 상업 발전을 꾀한다. 인민평등권과 능력에 따른 인재를 등용한다> 등이 담겨있어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하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들이에요. 하지만,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고종만 해도 전제왕권에서 입헌군주제로 정치체제를 바꾸는 것에 동의했을까요?


발표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청군이 창덕궁을 향해 몰려왔어요. 그러자 일본군은 제일 먼저 철수해버려요. 급진개화파의 병력도 청나라군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흩어지면서, 갑신정변은 3일 만에 실패로 끝나고 말아요. 그 결과 갑신정변을 주도했던 홍영식은 고종을 호위하다 죽고, 김옥균·서재필 등은 일본으로 망명해요. 이들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민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백성들은 일본에 대한 반감이 큰데다, 왕을 볼모로 잡았다는 생각에 지지하지 않았거든요. 또한 이들의 개혁안에는 토지개혁 등 대다수 백성이 원하는 것이 빠져있었고요. 백성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이들의 갑신정변으로 인해 조선은 일본에 사죄와 배상금을 지불하는 한성조약을 맺게 돼요. 청나라와 일본은 서로에게 조선에 간섭하고 군대를 파병할 권리를 인정하는 어이없는 톈진조약을 맺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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